의료현장 미복귀 전공의에 대한 면허정지 처분이 잠정 보류된 가운데 한 전공의가 정부를 향해 “정말 정당하고, 당당하고, 옳은 일이고, 합법적이라면 당장 면허정지를 해달라”고 말했다.
‘사직 전공의’ 류옥하다씨는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애초에 부당하고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에 (면허정지를) 카드로 쓰는 것 같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저희(전공의들)는 불법적인 일을 저지른 적이 없다. 합법적으로 일을 그만둔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대전성모병원에 사직서를 제출했다는 류옥씨는 “법적인 부분들을 따져봤을 때 면허정지 혹은 업무개시명령이라는 것 자체가 위헌성의 소지가 매우 크다”며 애초 실행이 불가능한 면허정지 처분을 유예해준다는 정부의 입장에 논리적 모순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의료체계는 공공재가 맞지만, 의사 개개인은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직업적 자유나 선택의 자유가 있는 것”이라며 “전시 상황 등 불가피한 상황에서 기본권이 제한될 수도 있지만 지금 병원을 그만둔 것은 수련의들로, 전체 의사의 7%”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93%는 여전히 환자 곁을 지키고 있다. 대책 없이 응급실이나 중환자실은 비운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류옥씨는 현재 전공의들이 ‘자포자기’ 상태에 빠져있다고 했다. 그는 “지금 전공의들은 정부에 대한 불신, 분노를 넘어 좌절과 무관심을 느끼는 상태”라며 “정부가 어떤 행동을 취하든 사실 큰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전공의들의 대화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원점 재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류옥씨는 “의료 시스템의 문제는 ‘공급 측면’이나 ‘수요 측면’, 이 2가지로 접근해 해결할 수 있는데 정부는 ‘2000명 증원’이라는 공급 측면에만 집중하고 있다”면서 “의사를 양성해서 현장까지 오는 데 15~20년이 걸린다. 굉장히 비효율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오히려 수요 측면을 건드리면 문제를 당장 해결할 수 있다”며 ‘건강보험료’를 언급했다. 류옥씨는 “우리나라의 건강보험료는 7% 정도로 프랑스(13%), 독일(14%) 등보다 월등히 낮다”면서 “정부가 국민 여러분께 솔직히 ‘돈을 좀 더 내셔야 합니다’라고 양해를 구하고 고통 분담을 의사, 환자, 정부가 함께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OECD 기준 3배에 달하는 외래 이용량이나 경증 이용의 게이트 키퍼가 없는 문제들, 응급실과 관련된 구조적 모순도 당장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류옥씨는 또 “이는 절대로 강대강 대치가 아니다”라며 “갑인 정부가 있고 을인 환자와 전공의가 있다. 갑질을 멈출 수 있게 국민 여러분이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