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원대 비상장 주식이 9만원대에 상장될 거라 속여 1000여명으로부터 수백억원을 받아 가로챈 투자리딩방 조직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 조직의 범행은 눈썰미 좋은 경찰의 ‘촉’ 덕분에 덜미가 잡혔다.
대전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사기 및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투자리딩방 조직 14명을 검거하고 총책 A씨(34) 등 5명을 구속했다고 26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1~3월 한 비상장 회사의 주식이 9만원에 상장된다고 허위로 홍보해 판매하는 등 피해자 1120명으로부터 약 108억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과거 투자 자문 관련 일을 하던 A씨는 호재가 있는 비상장 회사에 투자를 유도하면 사람들이 쉽게 돈을 입금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그는 수익을 환전하는 업무에 밝은 B씨와 함께 범행을 위한 큰 틀을 짜고 한 비상장 회사의 주식을 대량으로 확보하는 등 총책 역할을 맡았다.
이후 투자 전문가를 사칭해 피해자들에게 접근하는 투자리딩 영업팀, 범죄수익을 세탁하는 환전팀, 범죄수익을 전달하는 알선책, 피해금을 인출하는 인출팀 등으로 역할을 분담하고 점조직 형태의 투자리딩방 범행을 계획했다.
동종 전과가 있었던 A씨는 주식 등으로 투자손실을 입었던 5000여명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
이들이 피해자들을 속이기 위해 이용한 업체는 포털사이트 검색으로도 사람들이 쉽게 찾을 수 있었던 C사였다. 친환경 에너지 개발 회사인 C사는 외국 주요 기업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는 내용이 인터넷에서 검색될 정도로 호재가 있는 회사였다.
C사의 주식을 36만주나 사들인 이들 조직은 ‘회사가 상장을 하기 위해 일반인 소액주주를 모집한다’ ‘에너지 전문기업으로 국내 최초 차량용 연료 전지 공급 특허를 받았다’ ‘기술특례 상장 제도기업이라 수익 300%가 확정난 종목이다’ 등의 허위정보를 제공하며 피해자들을 속였다.
이 같은 수법에 속은 투자자들은 액면가가 100원대에 불과한 C사의 주식을 3만원대에 사들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범죄수익금을 세탁하기 위해 이들 조직은 가상자산 거래 관련 법인도 별도로 설립했다. 범죄수익금을 가상자산 매매대금으로 위장해 경찰 수사를 피하려 한 것이다.
치밀했던 이들의 범죄는 의외의 상황에서 덜미가 잡혔다. 지난해 3월 다른 사건으로 경찰에 출석한 사기 피의자의 동행인이 의심스러운 행동을 했던 것을 눈썰미 좋은 경찰이 적발한 것이다.
이 동행인은 당시 사기 피의자를 대전경찰청에 내려준 뒤 청사 안에 차량을 주차하지 않고 건물 바깥을 계속 맴돌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수상함을 느낀 경찰이 이 동행인을 대상으로 불심검문을 실시한 결과 차 안에서 현금 6600만원, 대포폰 6대가 나왔고 휴대전화에서는 자금세탁을 지시하는 문자 등이 발견됐다. 그는 A씨 조직의 자금 세탁책이었다.
수사를 통해 이들 조직의 은신처를 특정한 경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각종 증거물과 현금 약 20억원을 압수했다.
피해자들은 자신들이 주문한 만큼 C사의 주식이 실제로 주식계좌에 들어왔던 탓에 사기를 의심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의 연령대는 25~80세까지 다양했다. 1인당 피해액은 30만원부터 최고 4억5000만원에 달한 경우도 있었다.
홍영선 대전경찰청 사이버수사대장은 “포털사이트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호재라고 해도 의심하고 전문가들을 통해 중복 점검해야 한다”며 “건전한 투자환경을 저해하는 투자리딩방 불법행위에 대해 엄중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대전=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