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노동자들 중국 이어 콩고서도 폭동…‘장마당 세대’ 주도

입력 2024-03-26 10:39 수정 2024-03-26 13:24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기사의 내용과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2016년 중국의 북한 노동자들. 연합뉴스

북한 당국이 외화벌이를 위해 해외로 파견한 노동자들이 중국에 이어 아프리카에서도 폭동을 일으킨 것으로 확인됐다고 일본 산케이신문이 26일 보도했다.

북한 사정에 밝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아프리카 콩고공화국 건설 현장에서 근무하는 북한 노동자 수십명이 지난달로 예정됐던 귀국이 연기되자 이에 반발하며 폭동을 일으켰다.

북한 노동자의 파업과 폭동은 처음이 아니다. 산케이는 고영환 통일부 장관 특별보좌역이 북한 소식통으로부터 들은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입수해 외화벌이 중인 북한 노동자들의 파업·폭동에 대해 보도한 바 있다.

지난 1월 중국 지린성 허룽시 의류 제조공장과 수산물 가공공장에선 임금체불 문제로 폭동이 일어났다. 일부 공장에선 노동자들이 공장을 점거하고 북한 간부를 인질로 삼거나 기계를 파괴하기도 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또 지난 2월엔 중국 랴오닝성 단둥시 의류 공장에서 노동자 약 10명이 귀국을 요구하며 출근을 거부하는 등 집단행동이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산케이는 “북한이 정보를 통제하고 있지만 첫 폭동과 관련된 소문이 중국과 러시아 등에 나가 있는 10만여명 해외 파견 북한 노동자들 사이에서 확산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이어 “북한 당국이 1월 지린성 폭동 이후 밀린 임금을 주겠다고 약속하는 한편으로 비밀경찰을 대거 파견해 공장 간부와 폭동 가담자를 조사했다”며 “폭동을 주도한 약 200명을 구속해 본국에 이송했는데, 이들은 처형되거나 정치범 수용소에 보내지는 등 엄벌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주장했다.

한 소식통은 지린성 폭동과 관련해 “‘장마당 세대’라고 불리는 30세 전후가 폭동을 주도했다는 사실이 북한 당국에 충격을 주고 있다”며 “그들은 이전 세대와는 분명히 다르다”고 말했다고 산케이는 전했다.

장마당 세대는 1990년대 국가 배급체계가 무너진 ‘고난의 행군’ 시절을 겪으며 생존을 위해 장마당에서 먹고살 방법을 찾았던 세대를 말한다. 이들은 체제 수호보다 돈을 중시하는 경향이 두드러지며 남한과 서구 문화에 노출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려진다.

산케이는 “열악한 주거환경, 외출과 스마트폰 이용 금지 등 자유가 박탈된 데 대한 불만도 지린성 폭동의 동기였다”며 “김정은 정권이 자본주의 사회를 동경하는 세대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젊은층의 반발을 억누르지는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중국 동북부에 있는 북한 식당 등에서 노동력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국경을 엄격히 관리했던 북한이 지난해 여름 (중국과) 왕래를 허용했지만 새롭게 중국에 입국한 북한 노동자는 적은 듯하다”며 “중국이 북한 노동자 입국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북한 정치 연구자인 이소자키 아쓰히토 게이오대 교수는 “시진핑 정권은 북한 문제를 두고 미국과의 대립을 심화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최다희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