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로스앤젤레스 다저스)가 통역사의 불법 도박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일축했다. “매우 슬프고 충격적”이라며 통역사의 배신에 심적 고통을 호소한 그는 이에 앞서 소셜미디어(SNS)에서 관련 사진을 삭제하는 등 ‘흔적 지우기’에 나섰다.
오타니는 2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통역사였던 미즈하라 잇페이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미즈하라가 불법 도박을 하고 오타니의 돈에 손을 댄 혐의로 구단에서 해고된 지 닷새 만이다.
오타니는 미즈하라가 자신의 계좌에서 돈을 훔쳤다며 “나는 스포츠 도박을 하거나 도박업자에게 의도적으로 돈을 보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야구를 포함한 어떤 스포츠 종목으로도 불법 도박을 한 적이 없다고 강조한 그는 “베팅을 위해 도박업자를 거친 적도, 다른 사람으로부터 베팅 결제를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은 적도 없다”고 했다.
앞서 미즈하라는 오타니가 자신의 도박 빚을 대신 갚아주려고 도박업자에게 직접 송금했다고 해명했다가 이를 번복했다.
오타니는 이와 관련, “내가 믿은 사람이 이런 일을 했다는 사실에 매우 슬프고 충격을 받았다”면서 “지금의 기분을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오타니는 2013년 일본 프로야구 니혼햄 파이터스에 입단하며 미즈하라와 인연을 맺었다. 미즈하라는 2018년 오타니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면서 단순 통역을 넘어 비서와 매니저 역할까지 도맡았다.
미즈하라가 자신의 불법 도박과 관련해 언론과 인터뷰하면서 오타니를 “형제”라고 표현했을 정도로 두 사람은 가까운 사이였다고 한다.
그러나 이번 논란이 터지면서 오타니는 미즈하라와 빠른 ‘손절’에 나섰다. 그는 지난 23일 인스타그램에서 미즈하라와 함께 찍은 사진을 대부분 삭제했다.
단 하나 지난해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일본 대표팀의 회식 사진은 남겨뒀다. 당시 일본 대표팀은 오사카의 한 식당에서 식사를 한 뒤 기념으로 단체 사진을 찍었다.
해당 사진의 우측 상단에 미즈하라가 있지만 대표팀과의 추억이 담긴 사진인 만큼 남겨둔 것으로 보인다.
오타니의 불법 도박 연루설은 미국 스포츠 매체들이 의혹을 제기하며 불거졌다. 야후스포츠는 “오타니가 두 번 다시 도박에 손을 대지 않겠다는 미즈하라의 다짐을 받고 빚을 대신 갚아주기로 했다”며 오타니가 미즈하라의 범죄 행위를 알고 있었다고 전했다.
미국 메이저리그는 선수와 구단 직원들의 불법 스포츠 도박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오타니가 미즈하라가 저지른 범죄의 피해자가 아니라 송금을 도와준 동조자라는 사실이 밝혀질 경우 1년간 출전 금지 처분을 받거나 구단에서 영구 퇴출당할 수 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