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국에 구금됐던 축구 국가대표 출신 손준호(32·산둥 타이산)가 10개월여 만에 전격 석방돼 한국으로 돌아온 것과 관련해 손준호와 친분이 있는 박문성 축구 해설위원이 손준호의 심경과 귀국 뒷얘기를 대신 전했다.
박 위원은 25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달수네라이브’를 통해 이날 귀국한 손준호와 통화한 후기를 전했다. 앞서 박 위원은 이날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 손준호가 석방됐다는 내용의 속보를 소개했는데 라이브 종료 이후 손준호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고 했다.
박 위원은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와서 받았는데 손준호 선수였다”면서 “제가 받자마자 (손준호가) 울더라. 다 큰 사람이 울더라. 계속 울면서 ‘고맙다고, 많은 사람들이 신경 써주고 관심 가져주고 잊지 않아 주셔서 돌아올 수 있었다’고 하더라”고 밝혔다.
그는 “전화 받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고생했다고, 다 잘될 거라고 얘기해줬다”고 전했다. 이어 “먼 곳에서 누구도 만날 수 없고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으니 얼마나 무서웠을까”라며 “얼마나 마음을 졸였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너무 다행이다”고 했다.
박 위원은 “(손준호가) 한국으로 돌아오는 자체도 긴박했던 것 같다”며 “지난주에 이미 석방된 상태였는데 (중국에서) 비행기 타고 한국에 내릴 때까지 누구에게도 알릴 수 없었다고 한다. 또 잡혀갈까 봐 무서웠던 거다”고 설명했다.
이어 “본인에게 물어보니 중국과 얽힌 모든 (법적) 과정은 끝났다고 한다. 다시는 중국 안 가도 되고 어려움을 겪지 않아도 된다고 얘기하더라”며 “그런데도 트라우마가 남아있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박 위원은 “여러분이 계속 관심 가져주고 끈을 놓지 않아 주셨기 때문에 (손준호가) 우리 곁으로 돌아올 수 있었던 것 같다”면서 “시간은 좀 필요하겠지만 손준호 선수가 지나간 일은 잊고 앞으로 한걸음 한걸음 내디딜 수 있도록 지켜보고 응원하겠다”고 했다.
이날 대한축구협회는 “중국 당국에 구금 중이던 손준호 선수가 풀려나 오늘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음이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외교부 역시 “손준호 선수는 구금이 종료되어 최근 국내에 귀국했다”고 알렸다.
중국 프로팀에서 활동하던 손준호는 지난해 5월 12일 중국 상하이 훙차오공항에서 귀국하려다 중국 공안에 연행됐다. 이후 형사 구류돼 랴오닝성 차오양 공안국의 조사를 받았다. 중국 공안은 지난해 6월 손준호에 대한 형사 구류 기한이 만료되자 구속(체포) 수사로 전환했다.
손준호에게 적용됐던 혐의는 ‘비(非)국가공작인원 수뢰죄’였다. 승부 조작에 가담했다거나 산둥으로 이적하는 과정에서 금품이 오갔을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이런 의혹에 대해 손준호 측은 강하게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는 “중국 당국과 다양한 경로로 소통하며 신속하고 공정한 절차가 진행될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했다”며 “국내 가족과 긴밀히 소통하며 20여 차례 영사 면담을 실시하였고 원활한 변호인 접견 지원 등 필요한 조력을 적극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손준호 관련 재판이 종결된 것인지나 유무죄 결과 등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2014년 프로축구 K리그에 데뷔한 손준호는 2020시즌 리그 최우수선수(MVP)를 수상하는 등 활약했다. 2021년 연봉 43억원을 받고 산둥 타이산으로 이적했고, 2022 카타르월드컵에서 국가대표로 뛰기도 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