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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소리나는 돈이 오가는 투자를 하는 이들이지만 사람을 보고 투자한다는 이들이 있다. 창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초기기업이어서 투자에 참고할만한 실적이 없어서다. 저(低) 주가순자산비율(PBR) 주 등 상장사 투자 문법이 통하지 않는 곳에서 투자하는 벤처캐피탈(VC) 심사역이 그 주인공이다.
인공지능(AI) 등 기술 초기 기업에 주로 투자하는 뮤렉스파트너스 투자 심사역 박진영 상무는 창업자의 포용력을 가장 먼저 본다고 했다. 아무리 가능성 큰 기술을 갖고 있어도 창업자 곁에서 함께 할 인재가 없다면 성장하지 못하는 모습들을 여러번 목격해서다.
박 상무는 지난 22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훌륭한 인재를 품을 수 있는 포용력을 갖추고 있는지가 중요하다”며 “포용력의 한 예로 직원들과 적절한 소통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를 따져본다”고 말했다.
포용력 유무는 경기가 어려워졌을 때 선명하게 드러난다. 그는 “지난해 스타트업 구조조정이 많았다. 대표가 직원들과 잘 소통한 경우는 추후 문제가 적지만, 그렇지 않으면 잡플래닛 등 취업 포털에서부터 회사에 부정적인 평가가 나오게 되고 향후 좋은 인력을 뽑기도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박 상무는 처음부터 VC 심사역이 되고자 한 것은 아니었다. 대학에서 기계공학과를 전공한 그는 졸업 후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대학 동기들도 대부분 건설사나 제조 대기업에 입사했다. 그러다 삼성전자 사내 벤처 프로그램 C랩에서 자율주행 로봇을 개발하는 일을 하며 대학 시절 꿈꿨던 창업이 꿈을 떠올리게 됐다.
박 상무는 “창업 생태계에 관심이 많았지만, 창업할 용기는 없었다”며 “해당 분야의 전문가인 창업자들을 만나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 VC 업계에 들어오게 됐다”고 말했다.
그가 속한 뮤렉스파트너스는 2018년 설립된 신생 벤처캐피탈이다. 운용자산(AUM)은 4000억원으로 설립 시점을 고려하면 꾸준히 규모를 늘려왔다. 박 상무는 B2B 기술과 소프트웨어 기업을 담당하고 있다. 대표 투자 포트폴리오는 지난해 8월 코스닥에 상장한 스마트레이더시스템이다. 스마트레이더시스템은 자율주행차에서 활용되는 이미징 레이더 등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다.
심사숙고해 투자한 스타트업 대표와는 투자가 끝난 이후에도 자주 만나며 끈끈한 관계를 갖는다. 단순 사후관리 때문이기도 동시에 그들에게 보고 배우는 게 많다는게 그의 생각이다. 박 상무는 “창업자 회사에 어떤 일이 있던 가장 먼저 연락을 받는 투자사가 되면 좋겠다고 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