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제주의 ‘성공적’ 실험…연간 일회용컵 600만개 줄였다

입력 2024-03-26 00:01
2023년 9월 6일 '자원순환의 날' 기념행사 장면.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국민일보 DB

“조금 번거롭긴 해도 제도 취지가 좋아요. 평소에 버리는 일회용컵이 너무 많으니까요.”

정부세종청사에서 근무하는 주무관 A씨는 개인 텀블러를 두고 온 날엔 ‘다회용컵’을 쓰는 청사 내 카페를 찾는다. 지난해 3월부터 세종청사에 다회용컵 순환시스템이 도입되면서 청사에 입주한 20여개 카페는 모두 다회용컵 전용 매장으로 운영 중이다. 음료 구매 시 보증금 1000원을 추가로 내고, 매장이나 청사 입구에 마련된 무인반납기에 컵을 반납하면 보증금을 환급받는 방식이다.

A씨는 “컵이 너무 깨끗해서 정말 재사용하는 것인지 궁금하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며 “재사용 과정을 더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컵 반납을 할 수 있는 카페를 늘려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25일 환경부가 연구용역한 ‘다회용기 전환지원 사업 성과 평가’ 보고서를 보면 세종청사·세종시·제주도의 총 103개 카페를 다회용컵 전용 매장으로 운영한 결과 1년도 되지 않아 다회용컵 551만개가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사업은 정부가 시행하는 일회용컵 보증금제(보증금 300원 적용)와는 별개의 민간주도 사업이다. 세종의 경우 우체국공익재단 등이, 제주의 경우 제주도청 등이 사업비를 지원한다.

구체적으로 지난해 1~11월 기준 세종청사·세종시 스타벅스 등 지역 카페 45곳에서 사용된 다회용컵은 180만1652개다. 컵 반납률은 74%(133만3223개)로 나타났다. 제주의 경우 제주도와 우도, 가파도 내 스타벅스 등 58개 카페에서 다회용컵 371만1461개가 쓰였다. 컵 반납률은 80%(296만9169개)에 달한다.

보고서는 1년 단위로 추정했을 때 세종·제주의 시범사업 매장에서 총 601만4316개의 다회용컵이 쓰인다고 볼 수 있으며, 다회용컵 100% 재사용 시 17만8986㎏의 이산화탄소 저감 효과를 가진다고 분석했다. 일회용컵 1개를 다회용컵으로 전환했을 때 개당 29.76g의 이산화탄소가 감축된다는 그린피스 연구 보고서를 활용한 결과다.

다회용컵 매장을 운영한 카페 사업주 역시 다회용컵 순환서비스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관련 인식 조사에서 타 지역 확대 필요성에 대해 ‘그렇다’고 응답한 사업주는 52.9%였다. ‘보통’은 38.2%, ‘그렇지 않다’는 응답은 8.8%였다. 일회용컵 감축 효과에 대해서도 70.6%가 ‘그렇다’고 답변했다.

보고서는 다회용기 사용 활성화를 위해 정부의 확고한 정책 의지와 일관된 정책 실행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실제 지난해 11월 관련 정책간담회에선 “(정부의 일회용품 규제 완화로) 다회용컵 제작을 취소하거나 보류하는 업체가 많아지고 있다” 등 관련 업계의 성토가 이어졌다.

보고서는 “지자체 대상 다회용기 보급 지원정책에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며 “공공기관 일회용품 사용금지 등 솔선수범 정책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종=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