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클 런 어렵다” 프로야구는 ‘초전박살론’이 대세

입력 2024-03-25 17:31
2024시즌 프로야구 개막전이 열린 지난 2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염경엽 LG 트윈스 감독(오른쪽)과 최원호 한화 이글스 감독이 경기 시작 전 악수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KT 위즈처럼 하위권으로 한 번 떨어져도 반등할 수 있는 리그가 아니다. 만만한 팀이 없다.”

‘기선제압’이 2024시즌 프로야구의 키워드로 떠올랐다. 하위권 팀들의 전력 보강으로 격차가 줄어든 영향이다. 시즌 초반인 3~4월부터 유리한 자리를 선점하려는 각 구단의 총력전이 전개될 전망이다.

선발투수 로테이션이 대표적이다. LG 트윈스는 지난 23~2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개막 2연전에 좌완 디트릭 엔스와 우완 임찬규를 차례로 냈다. 한국에서 6번째 시즌을 맞는 케이시 켈리는 26일 삼성 라이온즈전 선발로 예고됐다.

24일 경기에 앞서 취재진과 만난 염경엽 LG 감독은 이 같은 배치의 이유를 상대전적으로 설명했다. 각 투수가 지닌 상징성보단 실질적인 승리 가능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등판 순번을 짰다는 것이다. 켈리는 최근 3년 간 한화 상대로 5승 5패 평균자책점 4.70으로 약했고 삼성엔 7승 1패 평균자책점 2.49로 강했다. 반대로 임찬규는 지난 시즌 9개 구단 중 한화를 상대로 가장 빼어난 성적을 거뒀다.

보다 구체적으론 구단 간 전력 편차가 줄어들면서 시즌 초반 승수를 쌓아 놓는 작업이 예년보다 중요해졌다고 부연했다. 한 번 하위권으로 미끄러진 뒤 순위를 끌어올리려면 확실한 약팀을 딛고 올라서야 하는데, 올 시즌은 그러기 어려운 환경이란 취지다. 염 감독은 “올해는 3~4월 승부가 특히 중요하다”며 “다른 감독들도 같은 생각일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범호 KIA 타이거즈 감독 등도 시즌 초반 흐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지난해 챔피언 LG의 정규시즌 승률은 0.606였다. 최하위 키움(0.411)과 2할가량 차이났다. 앞서 2022시즌 SSG와 한화의 승률이 3할 넘게 벌어졌던 데 비해 뚜렷하게 평준화됐다. 올해는 그 폭이 더 줄어들 것이라는 게 현장의 시선이다. 가장 유력한 우승후보 LG가 불펜 약화를 겪은 반면 한화 등은 전력이 강화됐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각 팀의 초반 스퍼트 기미는 주말 이틀간 열린 개막 2연전에서부터 감지됐다. 경기 막판 큰 점수 차로 뒤지던 쪽이 전력으로 따라붙는 승부가 잇따랐다. 롯데 자이언츠는 24일 기예르모 에레디아의 끝내기 홈런으로 SSG 랜더스에 분패했으나 9회초 0-6에서 대거 6득점하며 동점을 만드는 저력을 보였다. 같은 날 삼성 라이온즈에 진 KT 위즈 또한 1-11로 패색이 짙던 9회 7점을 몰아 내면서 상대 마무리 오승환을 마운드로 소환했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