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익명 애플리케이션 블라인드에 S전자 소속의 한 작성자는 지난 22일 ‘의사들을 X지려는 목적인 게 너무 눈에 보인다’는 제목의 게시글을 올렸다. 그는 최근 의정 갈등에 관해 “의료개혁, 비인기 전공의 확대가 목적이 아니라, 타협 없는 강경책→때리기→반발→조지기를 반복하고 있다. 대화할 의도가 없어 보인다”고 비판했다. 해당 게시물은 25일 오전 11시 기준 조회수 1만6000회, 댓글 558개를 기록했다.
특히 해당 글의 댓글이 캡처돼 온라인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에 확산하면서 더 큰 주목을 받았다. 직업군인이라는 한 작성자는 댓글에서 “대화가 안 통하면 X져야지. 언제까지 방치할텐가”라며 의사들을 비판하는 글을 적었다가 ‘군인연금 개혁’에 대입해보라는 지적에 갑자기 태도가 달라지는 모습을 보이면서 네티즌들의 눈길을 끌었다.
공무원이라는 한 작성자는 직업군인의 글에 “(의사) 다음은 군인이다. 군인연금은 공무원 연금이랑 따로 놀고 연금도 엄청 많다”며 “정부에서 국민연금 적자라면서 군인연금을 다 통폐합하면 어쩔텐가. 군인이 반발하면 죄다 ‘징계’ ‘징역살이’ ‘재취업 불가’ ‘사직서 미수리’ 등의 태도로 나오면 받아들일 것인가”라고 적었다.
그러자 직업군인은 “군인들은 ‘군인연금’ 덕분에 불합리해도 버티고 있다”며 “(군인연금에 손 대면)안 나가고 배길 것 같은가. 참고로 지금 장교들도 전역서 반려 당하는 중”이라고 적었다. 다만 그는 “그래도 (군에서) 쿠데타가 일어나진 않는다. 할 짓이 있고 못할 짓이 있다”며 “의사가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에 다시 공무원이 “입장 바꿔보니 바로 이해가 되냐?”라는 글을 올렸다.
두 사람의 대화는 SNS에서 ‘3컷 만화’라는 제목으로 재확산하고 있다. 이들의 댓글과 대댓글이 정부 개혁이나 정책 변화 과정에서 당사자와 당사자 아닌 이들이 보이는 전형적인 반응처럼 생각되기 때문이다. 다른 직역 등 본인과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는 사안에 대해선 비교적 손쉽게 이야기하던 이들도 막상 자신들의 이해관계가 걸린 일이라면 남의 일처럼 얘기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위 공무원이 직업군인을 반박할 때 소재로 등장한 군인연금은 공적연금제도 중 하나로 다른 연금 제도보다 지급률, 수급 기간 등에서 유리하다는 점 때문에 ‘형평성 논란’이 거듭 제기돼 왔다. 군인연금 보험료율(14%)은 국민연금(9%)과 공무원연금(18%) 사이에 있지만, 전역 직후부터 연금을 받을 수 있어 수급 기간이 비교적 긴 편이다. 또 지급률도 1.9%로 국민연금(1%), 공무원연금(1.7%)보다 높다. 하지만 연금 재정이 1973년 적자로 돌아선 뒤로 만성 적자가 이어졌고, 현재 매년 수조원씩 국가 재정으로 부족한 재정을 메꾸는 형편이다.
국방부도 ‘군인연금’ 개혁을 본격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5일 국방전자조달시스템에 따르면 국방부는 최근 정부의 공적연금개혁 흐름에 발맞춰 ‘군인연금제도 발전 방향’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국방부는 추진 배경에 대해 “급여액 지급 시기 등이 타 직역연금 대비 비교적 유리하여 형평성 제고가 필요하다는 언론 및 사회적 요구가 지속 제기된다”며 “공적연금 개혁이 국정과제 선정 이후, 24년 대통령 신년사에서도 개혁 추진 지속 의지가 표명됐다”고 밝혔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