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구조사 아웃팅은 금물…커밍아웃한 신자 보듬어야”

입력 2024-03-25 16:08 수정 2024-03-25 16:33
기독교 공동체의 또 다른 이름은 환대 공동체다. 새신자를 맞이하는 태도는 교회의 교회다움을 나타내는 지표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미혼모 탈북자 전과자 같은 낯선 이들의 등장에 당황하는 교회들이 적지 않다. “새 사람을 입었으니 헬라인이나 유대인이나 야만인이나 종이나 자유인이 차별이 있을 수 없다.”(골 3:11) 사도 바울의 가르침을 되새겨볼 때다. 새봄을 맞아 ‘뜻밖의’ 새신자를 맞이하는 교회의 자세를 5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성공회 길찾는교회 교인들이 지난 17일 서울 용산구 예배당에서 예배를 드리는 모습. 길찾는교회 제공

서울 용산구의 한 교회를 다니는 노미영(가명·25)씨는 성소수자다. 노씨는 25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성소수자 정체성과 기독교인 정체성을 함께 지니고 살아가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노씨는 “목숨 걸고 동성애를 반대한다는 분들을 보면 교회가 사회보다 동성애자를 더 배척하는 느낌을 받는다”며 “간혹 어떤 목사님들은 자기 교회에는 전혀 성소수자가 없을 거라고 확신에 차서 말씀하는데 분명히 교회 안에도 성소수자들이 살아있고 존재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회를 찾아온 사람이 당연히 이성애자일 것이라는 전제는 기독교적 환대와 거리가 멀다. 글로벌 리서치 기업 입소스가 지난해 6월 전 세계 30개 나라 시민을 대상으로 벌인 조사에서 글로벌 평균 성소수자 비율은 약 8%를 기록했다. 한국은 이보다 낮은 6%로 나타났다. 민김종훈(50) 성공회 길찾는교회 사제는 “산술적으로만 본다면 교인 100명 중 6명이 성소수자일 수 있다는 뜻”이라며 “자신의 존재를 오픈하지 않더라도 교회 안에 이미 성소수자가 존재한다는 자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새신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민김 사제는 “교회에 오자마자 자기를 드러내려고 하는 성소수자는 많지 않을 것”이라며 “눈으로 볼 때 성별이 여성 같으면 남자친구가 있냐고 묻는 식의 호구조사는 성소수자를 곤란하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교회 안에 보편적으로 자리하고 있는 이성애 중심적 사고방식과 언어에 대해서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며 “복음은 성소수자를 배제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성소수자 교인이 찾아온다면 이렇게 하라

△첫 반응(표정 말투 등)이 중요하다
△당신에게 커밍아웃하는 교인을 지지하라
△커밍아웃한 교인이 아웃팅당하는일이 없도록 비밀을 유지할 것
△필요시 전문가에게 도움을 요청하거나 전문 기관에 연계할 것
△모든 것을 다 잘해야 한다는 강박을 내려 놓을 것
△교인의 용기에 감사를 표할 것
△당사자의 이야기를 듣고 또 들어줄 것
△이해 수용 공감을 담은 질문을 하라 (예시: "가정/교회/직장/학교 등에서 성소수자로 지내는 것이 안전하다고 느끼나요?", "필요할 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주위에 있나요?", "당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있나요?", "이야기 중에 궁금한 내용을 솔직하게 질문해도 될까요?")

참고: 차별 없는 그리스도의 공동체(도서출판 기사연)


‘커밍아웃’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 벽장 속에서 나온다는 말에서 유래한 커밍아웃은 성소수자가 자신의 성적 지향이나 성별 정체성을 가족 지인 사회에 드러내는 행위를 말한다. 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기사연)이 2022년 펴낸 성소수자 교인 목회 및 선교 안내서 ‘차별 없는 그리스도의 공동체’는 참고할 만 하다. 안내서는 교인이 성소수자라고 당신에게 커밍아웃할 때 첫 반응(표정 말투 등)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표 참조). 커밍아웃한 교인이 아웃팅(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성적 지향이나 성별 정체성이 알려지는 것)당하는 일이 없도록 비밀을 유지하는 것은 기본이다. 기사연은 “아마 그 교인은 당신에게 커밍아웃할지 말지, 언제 어떻게 말해야 할지를 아주 오랫동안 고민해왔을 것”이라며 “성소수자 교인이 유일하게 커밍아웃한 사람이 당신일 수도 있다”고 설명한다.

반면 교회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 탈동성애의 아버지로 불리는 이요나(76) 서울 강남구 갈보리채플서울교회 목사는 “내가 30살에 구원의 복음을 듣고 하나님의 자녀가 됐으나 12년 동안이나 동성애자의 옷을 벗을 수 없었던 건 말할 것도 없이 교회의 책임”이라며 “당시 동성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관심을 둔 사역자가 한명도 없었다. 누구라도 나의 문제를 성경적으로 접근해 극복할 수 있도록 진리를 가르쳐 줬다면 12년 동안 동성애자로 살며 방황하며 더 큰 죄를 짓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목사는 한국교회가 반동성애 일변도에서 나와 탈동성애 사역에 눈을 떠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12년 동안이나 나는 여전히 동성애자인 채로 예배를 드리며 애통해했다”며 “이제라도 교회는 동성애자들을 정죄하는 일을 멈추고 예수를 믿으면서도 죄를 지을 수밖에 없는 길 잃은 양들을 찾아 나서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네가 예수를 믿었으니 이제 동성애는 너의 책임이다. 너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무책임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손동준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