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격 피했는데… 문 잠겨 질식사” 러 테러 참상 증언

입력 2024-03-26 00:01
러시아 모스크바 북서부 외곽 크라스노고르스크의 대형 공연장 크로커스 시티홀이 지난 22일(현지시간) 무장단체 ‘이슬람국가 호라산(ISIS-K)’의 총격·방화 테러로 화염에 휩싸여 있다. AFP연합뉴스

러시아 모스크바 대형 공연장 총격·방화 테러에서 비상구 출입문이 잠긴 탓에 탈출로를 차단하면서 인명피해 규모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왔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24일(현지시간) “생존자 일부는 공연장 비상구 출입문이 열리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러시아 언론들은 총격보다 연기 흡입에 따른 사망자가 더 많을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고 전했다.

러시아 정부의 사건 조사위원회는 이날 “테러 사망자 수가 어린이 3명을 포함해 최소 137명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지난 23일까지 133명으로 파악됐던 사망자 수는 하루 사이에 4명이 늘었다.

아프가니스탄 기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 호라산(ISIS-K)’이 배후를 자처한 이번 테러는 지난 22일 저녁 모스크바 북서부 외곽 크라스노고르스크의 대형 공연장 크로커스 시티홀에서 발생했다. 테러범들은 자동소총을 난사한 뒤 인화성 액체를 뿌려 불을 지르고 달아났다.

생존자 증언과 러시아 언론 보도대로라면 총격에서 살아남은 일부가 방화 이후 화염과 연기를 피하지 못해 질식사했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러시아 매체 ‘바자’는 지난 23일 “화장실에서 시신 28구, 비상계단에서는 14구가 나왔다”고 전했다.

한 생존자는 테러 당시 총격을 피해 달아나던 사람들이 비상구 출입문 앞에서 가로막히자 손잡이를 강하게 잡아당기며 필사적으로 탈출을 시도한 장면을 휴대전화 영상으로 촬영했다. 다른 생존자는 “비상구 사다리로 탈출을 시도했지만 문이 닫혀 있었다”고 주장했다.

다만 크로커스 시티홀에서 테러 당시 비상구 출입문을 잠근 주체가 테러범들인지, 건물 관리자 측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텔레그래프는 “건물 소유주는 테러 당시 비상구 출입문이 잠기지 않았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