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장 ‘0% 가능성’ 밝혔다… 여자부 PO 승부 원점

입력 2024-03-24 21:54
고희진 정관장 감독(왼쪽)이 24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2023-2024 V리그 흥국생명과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팀 득점에 성공한 후 메가를 끌어안으며 기뻐하고 있다. 한국프로배구연맹 제공

프로배구 여자부 정관장이 7년 만의 포스트시즌 승리를 거두며 챔피언결정전 진출 불씨를 살렸다. 지난 플레이오프(PO·3전2선승제) 1차전에서 뼈아픈 역전패를 당하며 궁지에 몰렸지만, 2차전 승리로 ‘0%의 가능성’에 도전하게 됐다. V리그 여자부 PO 역사상 1차전 패배 팀이 챔프전에 오른 적은 아직 없다.

정관장은 24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2023-2024 V리그 흥국생명과 PO 2차전에서 세트 스코어 3대 1(25-19 25-23 20-25 25-15)로 승리했다. 주전 이소영, 정호영이 부상으로 빠졌음에도 ‘지아-메가 쌍포’가 다시 살아나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이날 양팀 통틀어 최다 득점을 올린 지아(30점)가 경기 내내 득점포를 가동했고, 메가(25점)는 강스파이크와 절묘한 오픈 공격을 두루 섞어 쓰며 승부처마다 해결사로 등장했다. 정관장의 ‘숨은 병기’ 김세인도 공수 전반에서 활약하며 9점으로 뒤를 받쳤다. 반면 흥국생명은 김연경이 22점으로 홀로 분전했으나, 동료들의 득점이 따라주지 않아 패배를 떠안았다.

초반 분위기는 팽팽했다. 두 팀 모두 속공 득점을 주고받으며 1세트 중반까지 시소게임을 벌였다. 김세인의 직선 공격이 성공하며 13-12 첫 역전을 이룬 정관장은 이후 메가와 지아의 득점포가 터지며 리드를 벌려 갔다.

첫 세트에선 두 팀간 리시브효율 격차가 유독 컸다. 61.1-20.8%로 리시브에서 크게 앞선 정관장은 긴 랠리 끝 지아의 강스파이크와 메가의 오픈 공격으로 득점을 올리며 승기를 쥐었다. 블로킹을 제외한 모든 득점 지표에서도 우위를 점했다.

2세트에선 한 차례도 리드를 빼앗기지 않으며 기세를 이어갔다. 지아의 연속 득점으로 점수 차를 벌린 정관장은 승부처마다 김세인이 득점에 성공하며 세트포인트에 여유롭게 도달했다. 이후 연속 네트 터치 실점으로 위기를 맞는 듯했지만, 지아의 백어택 득점을 끝으로 2세트까지 가져갔다.

흥국생명도 물러서지 않았다. 김연경이 그 중심에 있었다. 3세트 초반 4-0으로 밀리던 흥국생명은 김연경의 연속 득점으로 역전에 성공, 사기를 끌어 올렸다. 세트 중반까지 한 점 차 진땀 승부를 이어간 흥국생명은 김미연과 레이나도 힘을 내며 3세트를 따냈다.

그러나 추격은 거기까지였다. 정관장이 메가와 지아의 연속 득점으로 세트 중반 리드를 크게 벌리자, 급격히 집중력을 잃은 흥국생명은 공격 범실을 쏟아내며 자멸했다. 25-15, 10점 차로 4세트를 따내며 정관장은 홈에서의 저력을 한 번 더 입증했다.

두 팀은 26일 흥국생명의 홈으로 장소를 바꿔 3차전을 치른다.

이누리 기자 nur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