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드림’ ‘무릎으로 나아가다’ ‘오직 기도로 승부한 목사’ ‘복음의 불모지를 성령의 바람으로 바꾼 주인공’ ‘복음의 산증인’. 부산 수영로교회 故 정필도 원로목사를 떠올리는 수식어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평생을 기도의 용사로 살며 “교회는 무릎으로 세우는 것”이라고 외친 그를 기리는 추모예배가 지난 21일 부산 수영로교회 은혜홀에서 엄숙한 분위기속에 드려졌다.
예배당을 가득 메운 교인들은 2년 전 갑자기 세상을 떠난 영적 아버지와 같은 그의 삶과 신앙을 추억했다. 예배당은 정 목사를 기억하는 성도들의 추모 열기로 이어졌다.
정 목사의 부산행은 전적으로 기도의 응답이었다. 1975년 유명한 교회 5곳에서 청빙 요청을 받았던 정 목사는 ‘가장 먼저 찾아오는 교회로 부임하겠다’고 주님 앞에 기도드렸다. 그런데 부산에서 개척을 원하는 교회가 가장 먼저 찾아와 망설였지만 하나님께서 수많은 사람들이 모인 장면을 보여주시면서 ‘이 많은 양떼들을 버리고 어디로 가겠느냐’는 마음을 주셔서 부산으로 선택했다. 정 목사는 연고가 전혀 없는 부산에 교회를 개척해 수영로교회를 36년 동안 담임하면서 3만5000여명이 출석하는 한강 이남 최대 교회로 키웠다.
수영로교회 김종렬 장로의 대표기도로 시작된 故 정필도 원로목사 2주기 추모예배에서 부산 온천교회 안용운 원로목사가 ‘하나님을 온전히 좇는 사람’(수 14:10~14)이란 주제로 말씀을 선포했다. 안 목사는 생전의 정 목사를 기리며 “정 목사님을 보며 복음화운동과 성시화운동을 했다. 정 목사님은 하나님의 뜻대로 산 사람, 진정한 하나님의 사람, 하나님을 온전히 따르는 사람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정 목사님은 우리 모두가 인정하는 기도하는 목사였다. ‘문제를 기도로 바꾸면 간증이 된다’는 정 목사님의 말씀을 기억하며 수영로교회 성도 여러분은 그의 DNA를 물려받기 바란다”고 권면했다.
특별영상으로 정 목사의 마지막 설교 모습이 그려졌다. 2년 전 설교 모습을 보며 많은 성도들이 여기저기서 ‘아멘’이라고 화답하며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수영로교회 이규현 목사는 인사말을 통해 “지금도 목사님이 곁에 계시는 것 같다. 목사님 성함 앞에 고(故)자를 붙이고 싶지 않다. 더 선명하게 다가온다. 원로 목사님이 그런 존재로 살아계신 것 같다. 열심히 기도하는 우리 성도들 속에서 정 목사님을 볼 수 있다. 여기저기서 원로 목사님을 닮은 성도들이 보인다. 원로목사님은 여전히 아름다운 영향력을 끼치고 계신다”며 그리운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이어 “사모님과 유가족분들 그리고 모든 분들께 감사를 돌린다”고 말했다.
정 목사 둘째딸 은영씨는 가족을 대표해 인사말을 전했다. 그녀는 “새벽에 무릎 꿇고 기도하는 모습 그대로 코를 골며 주무시는 모습을 봤다. 병마와 싸우는 마지막 순간까지 기도하셨다. 육신의 아버지는 천국 가셨지만 내가 ‘아빠’라 부르는 아버지는 영원히 내 곁에 계신다”며 터질 것 같은 울음을 꾹 참으며 말했다. 호산나교회 최홍준 원로목사의 축도로 故 정필도 목사 2주기 추모예배는 마무리됐다.
정 원로목사는 ‘말씀, 은혜, 선교 중심의 교회’라는 철학으로 목회한 한국의 대표적 영적 지도자로 평가받는다. 부산성시화운동본부장, 아세아연합신학대 재단이사, 부산기독교총연합회 증경회장, 부산세계선교협의회 등을 역임했고 수영로교회 원로목사로 섬겼다. 저서로는 ‘교회는 무릎으로 세워진다’ ‘교회는 목사만큼 행복하다’ ‘하나님의 사람’ ‘성령의 사람’ ‘기도로 눈물로 은혜로’ 등이 있다. ‘1986년 미스바 구국 성회’ ‘1992년 부산복음화 대성회’ ‘2000년 부산성시화운동본부 창립예배’ ‘2007년 해운대 대부흥성회’ 등을 이끌었으며 해외에서도 180여 차례 집회를 인도하며 복음의 씨앗을 뿌렸다.
부산=글·사진 정홍준 객원기자 jong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