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고양시가 올해 민선 8기 2년 차를 맞았지만 고양시의회에서 잡음과 진통이 계속되며 주요사업들이 좀처럼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고양시와 시의회 등에 따르면 2022년 사상 첫 17대 17 여야동수로 출범한 시의회는 예산안 편성 등을 두고 현재까지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8일 열린 임시회에서도 힘겨루기 끝에 또다시 접점을 찾지 못하며 추경 협상이 결렬됐다.
이로 인해 당장 급한 고양페이, 고양국제꽃박람회 등 현안사업뿐 아니라 공립박물관 건립, 원당역세권 발전 등 굵직한 역점사업 추진과 법정의무계획 수립도 또다시 발목을 잡혔다.
고양시의회의 파행은 한두 번이 아니다. 원구성 후 첫 임시회가 열린 2022년부터 이번에 무산된 제282회 임시회까지 각종 사유로 삐걱대며 소모적인 정쟁을 반복하고 있다.
파행 사유로는 집행부와 이동환 고양시장의 행동을 문제 삼아 출석을 거부해 안건처리도 하지 못하고 의결정족수 미달로 정회 혹은 폐회된 경우도 부지기수다.
시 발전 위한 사업 제자리걸음
이에 시 역점사업과 발전을 위한 필수사업들은 답보상태에 놓여 힘겹게 걸음을 이어나가고 있으며, 첫발을 떼지 못한 사업들도 허다하다.일례로 이 시장의 민선 8기 복지 분야 1호 공약사업인 시민복지재단 설립 연구용역은 지난해 4번에 걸친 시도 끝에 간신히 2차 추경 문턱을 넘었다.
시민복지재단은 복지인구가 많은 고양시의 복지 수요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이 시장의 핵심공약이다. 인구 108만 규모의 고양시는 2022년 특례시로 승격하면서 복지대상자 자격 기준 완화로 사회복지 대상자 수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그간 ‘고양시민복지재단 설립용역’ 예산 2200만원은 3차례에 걸쳐 전액 삭감됐다. 결국 고양시는 지난해 자체적으로 ‘고양시민복지재단 설립계획 연구용역’을 진행해 9월 경기연구원에 설립계획 예비 검토를 의뢰했다. 경기연구원은 지난해 11월 예비검토 적합을 통보했다.
그 사이 10월 열린 의회 2차 추경 심의에서는 상임위에서 전액 삭감된 ‘고양시민복지재단 설립 타당성검토 수수료’ 9000만원이 예결위에서 무기명 표결 끝에 통과됐다.
거듭된 부결 끝에 재단 설립 가능성은 열렸지만 타당성 검토에는 6개월가량이 소요된다. 설립 절차를 모두 완료하면 최소 2년 이상 소요가 예상되는 만큼 임기 중 재단 설립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또한 행주산성 일대에 체류형 관광이 가능한 한옥마을을 조성해 행주산성을 세계적인 관광자원으로 조성하기 위해 추진하는 ‘한옥마을 조성 타당성 조사’는 이 시장 취임 2년 차인 지난 1월에 타당성 조사 용역에 착수했다. 용역 예산 1억원은 당초 지난해 본예산안에 상정됐지만 편성 3번 만에 마침내 지난 10월 2차 추경안을 통과했기 때문이다.
공립박물관 수립과 어린이박물관 증축은 아직 시작조차 하지 못했다. 공립박물관은 지난해 고양시 유물 외부 반출을 막기 위해 건립 필요성이 시의회에서도 제기됐다.
그러나 2019년 용역이 실시된 바 있다는 사유로 수립 용역예산은 올해 본예산까지 4차례 미반영됐다. 시는 4년 동안 건축비·인건비 상승, 관련 법률 변경 등의 문제로 문체부 사전협의 타당성 분석 자료 제출을 위해서는 용역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 외에도 통일정보자료센터 대체부지 설계 변경비 8억원, 원당역세권 일원 종합발전계획 수립용역 3억원, 원당지하차도 상부 도시관리계획 변경 등 추진용역 2억원 등 복지 분야부터 문화, 도시 분야에 이르는 각종 주요사업 예산이 여야 간 감정싸움의 볼모가 돼 차질을 빚고 있다.
용역 예산 발목 시정 추진 제동
민선 8기 최대과제로 추진하는 경제자유구역과 1기 신도시 재개발·재건축 관련 변화를 담는 고양도시기본계획 재수립 용역, 법정의무계획인 고양시 경관계획 재정비, 도로건설관리계획 등 용역 예산도 지난 본예산에서 줄줄이 삭감됐고 이번 임시회에서는 심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경제자유구역 추진과 민선 8기 시정과제 추진에 동력이 될 조직개편안과 관련 조례 안건은 7번의 의회를 거쳐 지난해 5월에 가결된 바 있다.
여기에 본격적인 민선 8기 공약 추진마저 진통을 겪으며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번번이 핵심공약 관련 용역예산이 세워지지 못하면서 시정 추진에 제동이 걸린 현 상황은 준예산 사태를 맞이한 지난해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시민들은 “시민만 바라보며 더 나은 고양을 만들겠다는 게 고양시와 시의회의 공통된 약속이었다”며 “그런데 지금 시의회에서는 시민의 대변자로서 시민과의 약속보다는 어느 쪽이 잘못했는지를 따지는데 시 정책 예산들이 발목이 잡히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 관계자는 “고양시는 특례시로 승격된 지 올해로 2년을 맞이했다. 인구 108만의 대도시지만 중첩규제로 재정자립도는 32%에 불과해 특례시에 걸맞은 자족 기반 마련을 고질적인 숙제로 안고 있다”며 “시의회는 여야 협의를 통해 정쟁을 마치고 집행부와 협치에 나서 고양시의 발전을 가져오는 주춧돌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한 시의원은 “지난해 고양시와 시의회가 합의한 연간 일정에서 추경은 4월 19일 이후로 3월 임시회의 경우 추경 없는 안건만 다루는 임시회”라며 “억지 추경을 하려고 했던 이 시장의 의도가 좌절된 것일 뿐 마치 시의회가 예정된 추경 임시회를 무산시킨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2024년 본예산 예결위는 여당인 국민의힘 시의원이 다수였는데 당정 간 협의가 안 된 것을 의회 탓하는 것은 자기모순”이라며 “고양꽃박람회 행사는 내부 유보된 예산이 있어 자체예산을 편성하면 되는 것을 시의회 탓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고양=박재구 기자 park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