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은 한국 정부가 제시한 제3자 변제 방식 ‘판결금’ 수령을 거부해 온 4명의 원고 측 자녀 중 3명이 부모를 대신해 일본 피고 기업을 항의 방문한다고 24일 밝혔다.
일본제철 원고 이춘식 할아버지 장녀 이고운씨, 미쓰비시중공업 원고 양금덕 할머니의 3남 박상운씨, 미쓰비시중공업 원고 고 정창희 할아버지 장남 정종건씨 등 원고 측 자녀들이 이날 사죄와 배상을 촉구하기 위해 일본 도쿄를 찾는다.
한국 대법원에서 배상 명령을 받은 이들 소송 원고 자녀는 25일 오전 한국·일본 지원단체 관계자들과 일본 피고 기업인 일본제철, 미쓰비시중공업, 후지코시를 차례로 방문할 예정이다.
이들은 한국 정부가 일본 기업을 대신해 제3자 변제를 통해 지급하려던 ‘판결금‘ 수령을 거부해 왔다. 지난해 3월 행정안전부 산하로 신설한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을 통한 판결금 지급이 온당치 않다는 것이다.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은 이 같은 판결금 수령이 현실화하면 전범기업 배상책임을 교묘하게 가릴 수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법원의 배상 판결 이행을 촉구하기 위해 피해 당사자가 아닌 소송 자녀가 일본 피고 기업을 직접 찾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8년 대법원에서 배상 판결을 받은 지 6년 만이다.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사죄와 배상을 촉구해온 정창희 할아버지는 소송 과정에서 숨졌다. 생존 피해자인 이춘식 할아버지, 양금덕 할머니는 고령과 건강 악화로 거동이 힘든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피해 당사자를 대신해 자녀들이 일본 방문에 처음 나섰다.
이들은 25일 오후 ‘강제동원 문제해결과 과거청산을 위한 공동행동’ 주최로 일본 중의원 제2 의원회관 다목적회의실에서 ‘강제동원 문제 해결! 한국 원고의 가족·유족의 목소리를 듣는 모임’ 집회에 참석한다.
강제동원 문제 해결을 위해 일본 국회의원, 언론, 시민에게 직접 호소하는 행사다.
한국 정부의 제3자 변제를 거부 중인 이들은 이 자리에서 일본 기업의 사과와 배상을 촉구하는 소견을 각각 발표한다. 일본 일정에 부득이 참가하지 못한 고 박해옥(朴海玉. 미쓰비시 동원) 할머니 장남 임철희(林哲熙)씨도 간접적으로 소견을 전달한다.
도쿄 일정에는 임재성, 김정희 변호사 등 소송대리인과 지원단체 관계자 등도 동참한다.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관계자는 “일본 전범기업들은 한국 대법원의 잇따른 판결에도 배상에 응하고 있지 않다”며 “피해자 자녀들의 사과와 배상 촉구가 일본 현지에서 많은 관심을 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