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 어떻게 먹는 거였지?

입력 2024-03-23 17:58
LCK 제공

디플러스 기아가 두 세트 동안 드래곤을 단 1개도 사냥하지 못하고 완패했다.

디플 기아는 23일 서울 종로구 LCK 아레나에서 열린 2024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스프링 시즌 정규 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한화생명에 0대 2로 졌다. 플레이오프 진출 팀들 상대로 막판 4연패를 기록한 이들은 9승9패(+0), 5위로 정규 리그를 마무리했다.

양 팀의 오브젝트 컨트롤 능력 차이가 크게 드러난 게임이었다. 한화생명이 두 세트 모두 드래곤 4개를 연속으로 사냥해 빠르게 영혼을 획득했다. 반면 디플 기아는 첫 드래곤을 상대에게 내주고 골드를 챙기는 전략으로 나섰으나, 이른 시간 벌어온 골드로 큰 이득을 보지 못하고 무너졌다.

1·2세트가 비슷한 양상으로 진행됐다. 한화생명이 초반 드래곤을 쉽게 사냥했다. 게임 초반에 곳간을 꽉 채운 이들은 경기 내내 여유 있게 움직였다. 3~4번째 드래곤 등장을 앞두고 디플 기아가 뒤늦게 태도를 바꿔 싸움을 걸었지만 반전을 만들지 못하고 패배했다. 장로 드래곤 교전에서 한화생명이 상대방의 콧등에 K.O 펀치를 날렸다.

디플 기아는 지난 21일 광동 프릭스와의 2라운드 대결에서도 비슷한 약점을 노출한 바 있다. 1세트에서 단 1개의 드래곤을 사냥했을 뿐, 결과적으로는 두 세트 동안 총 8개의 드래곤 스택을 상대에게 헌납했다.

디플 기아 선수단 역시 오브젝트 관리 능력의 심각성을 알고 있는 듯했다. 경기 후 기자실을 찾은 이재민 감독은 “플레이오프를 준비하는 동안 오브젝트 교전을 가장 많이 신경 써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켈린’ 김형규 역시 “오브젝트가 제일 문제다. 오브젝트로 인한 라인 분배, 사이드 라인 관리, 본대 모두 각각의 문제가 있다”며 “뜯어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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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감독은 또 “초반 오브젝트를 좀 내주게 됐다. 오브젝트를 내준다는 건 우리는 오브젝트에 턴을 안 쓰고 상대는 썼다는 것이다. 그러면 골드 우위를 통해 다음 오브젝트를 잘 준비해야 하는데, 그런 준비가 잘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중간 과정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이 감독은 플레이오프 준비 기간을 활용해 문제점을 개선해오겠다고 말했다. 그는 “감독으로서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좋지 않은 모습, 경쟁력이 없는 모습을 보여드려 팬분들께 면목이 없고 죄송하다”며 “남은 기간 동안 부족하다고 느끼는 부분을 면밀히 보완할 생각이다.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한화생명 역시 시즌 초에는 소극적인 오브젝트 컨트롤이 발목을 잡았던 팀이어서 이날 경기 내용으로 대비되는 명암이 더욱 깊고 진하다. 한화생명은 오브젝트 등장 직전 판단력과 한타 능력을 집중적으로 개선했다. 막판 5연승을 거두는 데 큰 힘이 됐다.

한화생명의 길잡이 ‘피넛’ 한왕호는 경기 후 국민일보와 만난 자리에서 “불리할 때 역전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는 것도, 유리할 때 굳힐 수 있는 수단도 오브젝트 한타”라면서 “앞선 경기들에선 매끄럽지 않은 모습을 자주 보여드렸지만, 집중적으로 개선한 덕에 이제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