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10명 중 6명이 ‘단통법’(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폐지에 찬성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법안 폐지 시 3명 중 1명은 보조금이 더 많은 이통사로 이동할 생각이 있었다. 특히 ‘알뜰폰’ 이용자의 절반은 다시 이통3사로 옮길 의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조사 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는 지난달 28~29일 만 20~64세 휴대전화 이용자 10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소비자 인식 조사에서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22일 밝혔다.
단통법 폐지에 대한 소비자의 인지 수준은 높지 않았다. ‘처음 듣는다’(22%)와 ‘듣긴 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잘 모른다’(67%)는 답변이 많았다. 단통법 폐지에 ‘찬성한다’는 응답률은 62%로, ‘잘 모르겠다’(28%)와 ‘반대한다’(9%) 비율을 압도했다.
단통법 폐지 후 휴대전화를 산다면 전체 응답자 절반이 ‘현 통신사를 유지하겠다’고 답했으나 ‘더 저렴한 통신사로 이동하겠다’는 응답자도 34%에 달했다. 올해 휴대전화 구매 계획이 있는 소비자의 45%는 ‘폐지 때까지 구입을 유보할 것’이라고 했다. 내년 이후 구매할 계획인 소비자 중 17%는 ‘올해 단통법이 폐지되면 구매를 올해로 앞당길 것’이라고 답했다.
단통법 폐지가 실현되면 알뜰폰 시장에 충격이 올 전망이다. 휴대전화를 교체할 예정인 알뜰폰 이용자의 48%는 이통3사의 단말기 보조금이 많다면 ‘이동하겠다’고 답했다. ‘알뜰폰 통신사를 유지할 것’이라는 응답자는 26%에 그쳤다.
최근 늘고 있는 자급제(단말기를 별도로 산 뒤 원하는 통신사에서 개통) 구매도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휴대전화 교체 예정자 중 자급제 선택 의향자(51%)와 이통사 구입 의향자(49%)가 반반씩이었는데, 단통법 폐지 시 자급제 의향이 25%로 절반 이상 줄었다. 대신 이통사 구입은 그만큼 늘어 75%가 됐다. 자급제 구입을 고려하던 소비자 2명 중 1명은 통신사 대리점 등에서 구입해 개통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관심사는 이통3사가 제공하는 전환지원금의 규모다. 단통법 폐지에 앞서 정부가 개정한 시행령에 따라 지난 16일부터 최대 50만원의 전환보조금 지급이 가능해졌지만 실시 첫날 이통3사가 책정한 금액은 최대 10만원대에 불과했다. 구입 가격이 저렴한 대신 10만원 안팎의 비싼 요금제를 써야 하는 관행도 그대로였다.
9%의 소비자가 왜 단통법 폐지에 반대하는지 주목할 만하다. 이들은 반대 이유로 ‘보조금을 지원해주면서 비싼 요금제를 유도할 것 같아서’(57%), ‘휴대전화 가격이 별로 저렴해지지 않을 것 같아서’(43%), ‘통신사 요금제가 비싸질 것 같아서’(37%) 등을 꼽았다.
김혜원 기자 ki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