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 증원을 놓고 정부와 의료계의 강대강 대치가 이어지는 가운데, 대한의사협회를 이끌 차기 회장 선거가 막바지에 이르렀다. 후보들은 국무위원 후보 추천, 한약 불법화 등 파격적인 공약을 내세우며 의사들에게 투표를 호소했다.
22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협은 지난 20일부터 이날까지 의협 회장 선거 전자투표를 진행한다. 과반 득표 후보가 없으면 25~26일 1·2위 후보자가 결선투표를 치른다. 의협 소속 의사 13만7928명 중 회비를 낸 5만681명이 유권자다.
이번 선거에 후보로 나온 이들은 의대 증원 문제 등 현안을 둘러싼 다양한 공약을 내걸고 지지를 당부했다.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조직위원장을 맡은 박명하 현 서울시의사회장(기호 1번)은 보건복지부를 보건부와 복지부로 분리한 다음, 보건부 국무위원과 차관 자리에 의협 추천 인사를 등용시키겠다고 공약했다. 공약이 현실화하면 보건부 차관 인사권은 사실상 의협이 쥐게 되는 셈이다.
주수호 의협 비대위 홍보위원장(기호 2번)은 당선될 경우 복지부 장·차관과 대통령실 보건복지비서관의 즉각 파면을 정부에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업무개시명령 철회 및 복지부의 사과도 받아내겠다고 했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기호 3번) 역시 의사면허 취소법 개정, CCTV 설치법 개정, 진료보조(PA) 간호사의 의사 대행 금지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한 공약을 내놨다.
자유한국당 국회의원 출신인 박인숙 전 울산의대 학장(기호 4번)은 “안전성과 유효성 없는 한약 및 한방행위를 불법화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기호 1~4번 후보들은 모두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대해 반대 뜻을 분명하게 밝혔다. 예외적으로 기호 5번인 정운용 후보는 공공의료 강화를 내세우며 선거에 임했다. 입후보한 5명 중 4명이 강경파로 분류될 수 있다.
이번 선거 결과로 새 집행부가 꾸려질 경우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깊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임현택 후보는 “의협 회장 당선 시 의사 총파업을 주도하겠다”고 예고했다. 주수호 후보도 지난 20일 “오늘부터 14만 의사의 의지를 모아 윤석열 정권 퇴진 운동에 나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