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력 자살’ ‘비혼 출산’
두 키워드가 최근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갈수록 줄어드는 출산율과 늘어나는 노인 인구 비율이 극명하게 대조를 이루기 때문이다.
21일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23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 건수는 19만3657건으로 2022년(19만1690건)보다 1% 증가했다. 2020년 기준 우리나라의 비혼 출산 비율은 2.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 수준이다. OECD 평균은 41.9%로 17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서구권 국가인 미국(40.5%), 영국(49%), 프랑스(70.4%) 등과 비교하면 격차를 실감할 수 있다.
지난 5일 MBC ‘PD수첩’ 유튜브 채널에는 ‘조력자살’을 다룬 ‘나의 죽음에 관하여’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해당 영상은 116만 조회수와 3000여개에 달하는 댓글이 달리는 등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초고령·초저출생 사회 진입을 코앞에 둔 현재 상황으로서 마냥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대책 마련이 시급한 이유다.
한국교회, 조력자살 의견 모아야
최근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환자가 직접 약물을 투약하는 등의 방법으로 스스로 죽음을 맞는 조력 사망의 법제화를 추진한다고 전했다. 단기·중기적으로 치료가 불가능하고 고통을 완화할 수 없는 치명적인 질병을 앓고 있는 경우 죽음을 선택할 수 있게 한 것이다.
탈기독교·탈종교의 흐름이 뚜렷해지고 성경의 메세지가 약화하면서 각국의 정부는 조력 자살과 낙태, 비혼 출생을 더 이상 종교적인 문제로 다루지 않고 인권 문제로 접근하는 추세다.
김동환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교수는 21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성경에 의하면 생명이 하나님께 속해 있음은 분명하다”며 “다만 죽음에 대한 직접적인 선택은 인간이 내리기에 윤리적 문제가 제기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력자살 요구 여론이 형성되고 있는 한국을 가리켜 “국내에서는 이미 현행법에 따라 연명의료 중단이 가능하다”며 “다만 성경적 관점 없이 법안을 무조건 수용하는 것이 크리스천으로서 바람직한 행위인지는 의문”이라고 반문했다.
한편 문시영 남서울대 교수는 한국교회 내 조력자살에 대한 의견의 차이가 있음을 지적하며 “교계는 이에 대해 내부 회의와 토론 절차 등을 거쳐 통합된 의견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며 “교회 내부적으로 조력자살 공론화 과정을 거쳐 의견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생명 경시·가족 해체 우려
기독교 윤리학자들은 비혼 출생 장려는 성경적 가족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가족 해체라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력자살과 비혼 출산이 결국 개인의 두려움에 의한 선택지라는 해석이다.
서윤화 아름다운피켓 대표는 “크리스천들이 두려움을 갖지 말아야 한다”면서도 “(생명 결정권은)결국 내가 하고자 하는 의도에 따른 결과”라며 “스스로 세운 방향과는 다를지라도 하나님이 창조하신 섭리에 맞게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실제로 성경 곳곳에는 결혼과 가정에 대한 구절이 여러 차례 등장한다. 창세기 2장 24절은 “이러므로 남자가 부모를 떠나 그의 아내와 합하여 둘이 한 몸을 이룰 지로다”고 말씀한다. 김 교수는 “결혼은 하나님의 창조원리에 따른 거룩한 계약”이라며 “남자와 여자가 한 몸을 이루는 계약이 있는 뒤에 하나님의 선물인 ‘출생’이 뒤따른다”고 강조했다.
이장형 백석대 교수는 가정 공동체가 해체되면서 사회적으로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음을 우려했다. 그는 “사회가 가정 해체와 개인화의 시대로 접어들면서 가정의 중요성이 깨지고 있다”며 “저출산 등 사회적 문제에 대해 비혼 출산 장려가 대책으로 제시될 수 있겠지만, 기독교는 가정을 중시하는 종교”라고 강조했다. 이어 “가정은 하나님께서 제정하신 관계”라며 “교회가 가정의 중요성을 회복시키는 것이 대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웰다잉 문화 확산해야
전문가들은 죽음을 준비할 수 있는 ‘웰다잉 문화’가 확산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종을 앞둔 환자를 대상으로 한 호스피스 시설을 확대하는 등 사회적 안전망 구축과 제도적 장치 마련에 힘써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무조건적인 반대보다는 조력자살을 하고자 하는 의도와 숨겨진 아픔을 들여다볼 수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하지만 조력자살이 통과될 경우 남용될 우려도 뒤따른다.
이 교수는 “기독교가 생명의 소중함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가 돼야 한다”면서도 “무조건적으로 반대만을 외치기보다는 왜 사람들이 조력 사망을 하고자 하는지 원인을 살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그 아픔을 치유하는 데 기독교가 참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교회의 역할을 강조했다.
하지만 조력자살이 통과될 경우 남용될 우려도 뒤따른다.
문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시행 중인 연명의료결정법이 잘 정착되고 웰다잉 문화가 확산돼야 한다”며 “사회적으로 죽음의 ‘공적 관리’에 대한 요청이 일고 있다. 공공성을 요구하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의사 조력자살’을 법률과 제도로 허용해 달라는 요구라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유경진 기자 최하은 김수연 인턴기자 yk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