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20일(현지시간) 연내 3차례 금리 인하 의지를 재확인함에 따라 ‘6월 금리 인하’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한국은행도 이르면 7월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다만 파월 의장이 “인플레이션 하락은 앞으로도 울퉁불퉁(bumpy)한 여정이 될 것”이라고 밝혀 금리 인하 과정이 순탄치 않고 2차례에 그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미 연준은 이날 기준금리를 현 수준으로 동결하면서 올해 연말 기준금리를 지난해 12월에 예상한 수치와 같은 4.6%로 예상, 올해 3차례 금리 인하가 있을 것임을 시사했다. 시장에서는 ‘6월 피벗’ 가능성에 힘을 싣고 있다.
파월 의장은 두 달 간 물가 지표가 높았다고 해서 인플레이션 둔화 기조가 바뀌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지난 2개월간 인플레이션 하락이 ‘울퉁불퉁’한 것을 봤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시장의 불안감을 자극할 요인이 적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전문가들도 ‘연내 4회 이상’ 기준금리 인하를 전망하는 연준 위원의 수가 기존 5명에서 1명으로 줄어들면서 ‘3~4회 인하’ 전망이 ‘2~3회 인하’로 바뀐 점과 2025년 말 예상 정책금리가 3.6%에서 3.9%로 높아진 점 등에 주목했다. 최제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1일 “디테일을 보면 지난 두 달간 높아진 인플레이션 리스크를 반영해 향후 금리 인하에 대한 보수적 시각이 강화됐음을 알 수 있다”며 “연준의 연내 3회 인하 전망이 유지됐지만 우리는 2회 인하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고 말했다.
한은도 미국의 금리 인하가 확실해지면 하반기에 금리를 내릴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한은이 이르면 7월부터 연내 2~3차례 금리를 내릴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연준이 금리를 낮추더라도 물가와 가계부채 등을 이유로 한은이 금리 인하에 서두르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미국이 인하 기조로 돌아서고 금리를 상당 부분 낮춘 뒤인 4분기쯤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한은은 연준보다 금리 인하에 더 신중한 모습이다. 이상형 한은 부총재보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2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밝혔듯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에 수렴할 것이란 확신이 들 때까지 충분히 장기간 긴축기조를 유지한다는 정책에 대한 방향 변화는 없는 상황”이라며 “(하반기 금리 인하는) 오는 5월 발표될 경제전망에 기반해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에 대해 “국제금융시장 안정세 유지에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최근 일본은행(BOJ)과 연준 등 주요국의 통화정책 차별화가 가시화되는 상황”이라며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관계기관 간 긴밀히 공조해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신재희 기자,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