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 난 저축은행 실적… KB·하나·우리·NH 4곳 2000억 적자

입력 2024-03-21 18:17 수정 2024-03-21 20:35
미세 먼지로 뿌연 여의도 전경. 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연합뉴스

지난해 KB 등 주요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 4곳이 모두 2000억원이 넘는 적자를 낸 것으로 집계됐다. 부동산 상승기 적극적으로 내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과 중·저신용자 대출의 연체율이 급증하면서 대손 충당금을 대규모로 쌓은 탓이다. 저축은행을 향한 우려의 시선이 커지면서 먹거리인 여·수신도 감소세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22일 저축은행중앙회는 지난해 실적 발표를 앞두고 설명회를 연다. 79곳 저축은행에서 수천억원에 이르는 적자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금융권 안팎에서 나올 수 있는 위기론을 잠재우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저축은행권 연간 실적이 적자로 돌아선 것은 2011년 ‘저축은행 사태’의 상흔이 마무리된 2015년 이후 8년 만이다.

적자 중 절반가량이 금융지주 계열 4곳의 몫이다. KB저축은행이 910억원, NH저축은행 560억원, 우리금융저축은행이 490억원, 하나저축은행이 130억원 적자를 냈다. 신한저축은행은 30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해 5대 금융지주 계열 중 유일하게 적자를 면했지만 순이익이 전년보다 20% 이상 감소했다.

대규모 적자는 금감원이 지난해 4분기 “보유한 브리지론 중 본 PF 전환에 실패한 것에 대해 전액 충당금을 쌓으라”고 지시한 결과다. 브리지론은 부동산 사업 시행사가 아파트나 오피스텔, 지식산업센터 등을 지을 토지를 매입하고 인허가를 획득하기 위해 단기로 조달하는 고금리 대출이다. 금융지주 계열 중 적자 폭이 가장 컸던 KB저축은행의 경우 지난해 브리지론 1830억원어치에 대해 1100억원을 부실 채권으로 분류해 충당금을 적립했다. 이 저축은행이 지난해 전체 대출 자산에 대해 적립한 충당금만 1400억원이다.

다른 저축은행도 비슷한 상황이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저축은행권 PF 위험 노출액은 자기자본의 110%를 웃돈다. 이 중 70% 가까이가 브리지론이다. 브리지론을 받아간 PF 사업장의 절반 이상은 대출이 실행된 지 1년 반 이상 지난 상태다. 브리지론의 대출 만기가 통상 6개월 안팎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정상 채권으로 보기 어렵다. 이마저도 대부분 추가 만기 연장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저축은행권 여·수신도 내리막을 걷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1월 말 기준 저축은행권의 여신 잔액은 103조2170억원으로 전년 대비 12조3830억원(10.7%) 감소했다. 같은 시기 수신 잔액도 104조2630억원으로 전년 대비 16조5230억원(13.7%) 줄었다. 저축은행은 수신으로 거둔 돈을 여신으로 내줘 수익을 내므로 여·수신 감소는 곧 영업 자산의 축소를 의미한다.

한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저축은행권은 최근 몇 년간 돈을 많이 벌어 당장 위험한 상황은 아니다”라면서도 “연체율이 안정을 찾지 못하고 여·수신이 계속 감소해 실적 부진이 장기화하면 일부는 신용 등급이 강등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