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돌려차기’ 피해자 “국가가 부실 수사 책임져라” 소송

입력 2024-03-21 17:18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사무실에서 열린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와 함께 하는 범죄 피해자 권리 강화를 위한 국가배상 청구 기자회견에서 부산 돌려차기 사건 국가배상 대리인단 단장인 오지원 변호사가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피해자 김진주(필명·28)씨가 부실 수사와 피해자 권리 보호 미흡을 이유로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김씨를 대리하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21일 서울 서초구 민변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피해자를 이해하려는 법 집행자들의 의지와 능력이 부족하다는 문제의식에 따라 부실한 수사에 대한 국가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고 말했다.

민변은 “이 사건에서 수사기관은 객관적인 증거를 수집할 권한과 책임이 있음에도 성폭력 의심 정황을 모두 무시하고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며 “수사 밀행성만 강조하며 피해자에게 어떤 정보도 공유하지 않고 증거 확보를 포기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가와 수사 기관이 범죄 피해자의 알 권리를 보장할 책임을 부담하는 것을 확인하고 증거 확보 노력을 게을리하는 잘못된 관행을 변화시키고자 한다”고 말했다.

단체는 이와 함께 범죄자의 재판에서 소송 기록 열람·등사(복사)권과 진술권 등을 통해 피해자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피해자는 재판 과정에서 자신의 1심 재판 기록을 보기 위해 열람을 신청했지만, 법원의 거부로 별도의 민사 소송을 제기해 사건 관련 정보를 얻어냈다.

피해자 김씨는 영상 메시지를 통해 “범죄 피해자에게 수사 기관의 실수는 치명적”이라며 “이 소송이 피해자 권리 강화에 대한 메시지를 던지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고 했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은 2022년 5월 22일 오전 5시쯤 부산 서면에서 30대 이모씨가 일면식도 없는 김씨를 뒤따라가 오피스텔 공동현관에서 무차별 폭행한 뒤 CCTV 사각지대에서 성폭행하고 살해하려 한 사건이다.

이씨는 처음에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항소심에서 강간 살인미수가 적용됐고, 지난해 9월 대법원에서 징역 20년형이 확정됐다.

그는 범행 후에도 반성하지 않고 피해자에게 출소 후 보복하겠다고 말하고 협박 편지를 보내는 등의 혐의로 구치소에서 30일간 독방에 감금되기도 했다.

한편 피해자는 최근 ‘작가 김진주’라는 필명으로 자신이 겪은 사건과 지난 2년여간 회복 과정을 담은 책 ‘싸울게요, 안 죽었으니까’를 펴냈다.

이강민 기자 riv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