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사가 의무적으로 ‘확률형 아이템’ 정보를 공개해야 하는 게임산업법 시행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별도의 유예 기간이 없이 법이 시행되는 만큼 게임사들은 일찌감치 게임 이용자 인터페이스(UI)와 광고 속 확률 정보를 표기해 개정법에 대응할 채비를 마쳤다.
확률형 아이템이란 무작위적·우연적 확률에 따라 보상을 획득하는 게임 내 아이템 시스템을 일컫는다. 22일 시행되는 법안에 따르면 게임사는 유료 확률형 아이템이 들어간 게임물의 아이템 유형과 확률 정보 등을 자사 홈페이지, 광고물에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아울러 옥외광고물, 정보통신망, 신문, 정기간행물 등에 확률형 아이템이 들어간 게임이 소개될 때도 아이템 확률 정보를 함께 표기해야 한다. 확률 정보를 표시하지 않거나 허위로 기재했다가 적발되면 문체부는 시정권고·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다. 게임사가 이를 따르지 않으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린다.
또한 게임사는 고의·과실이 없다는 점을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 만약 고의성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손해 금액의 2배 이내로 배상금을 지급해야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이번 개정안에 포함됐다.
21일 게임 업계에 따르면 최근 게임사들은 게임 내 확률 기반 콘텐츠를 이용 시 이용자가 즉시 확률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정비했다. 직·간접적 유상으로 구매할 수 있는 아이템뿐만 아니라 무상 구매 상품이라도 게임 내 전용 아이콘 및 개별 UI를 통해 확률 정보를 쉽게 볼 수 있다.
국내 대형 게임사로 꼽히는 3N(엔씨소프트·넥슨·넷마블)은 시행 전부터 게임 내 시스템을 업데이트하는 등 선제적으로 조처했다.
대표적으로 엔씨는 자사의 모바일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리니지M’에서 확률형 아이템을 구매할 시 획득 가능한 아이템의 종류와 등장 확률을 사전에 제공하고 합성 시도 보상, 미스터리 카드 등에 대한 확률 정보 확인도 가능케 했다. 마법인형 탐험, 오림의 흔적 등 콘텐츠에서도 특정 아이템 발견 확률 및 개별 스킬 등장 확률을 구체적으로 표시했다.
다른 리니지 시리즈는 확률 정보 업데이트를 대체로 마친 상태다. 박병무 대표 내정자는 전날 공동대표체제 온라인 미디어 설명회에서 “엔씨는 확률형 아이템의 자율적인 정보 공개가 시행된 시점부터 충분히 해왔다고 자부한다. 22일 예정된 법안 시행에 대한 준비는 이미 몇 달 전부터 TF를 구성해 내부에서 철저하게 준비해왔다”면서 “더 나아가 상반기에 가동을 목표로 게임 내부의 확률 정보를 외부에서도 자동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해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넷마블은 기존 자율 규제를 준수하면서 공개했던 확률 정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게 게임 내부 콘텐츠를 점검하고 다양한 광고 선전물 등에도 표기를 마쳤다고 전했다. 법이 시행되는 당일부터 가이드에 맞춰 완전한 확률 정보 공개가 되도록 반영할 예정이다.
넥슨도 각각 게임 타이틀 개발 상황에 맞게 자사의 홈페이지에 게임의 확률형 아이템 내용을 담아 게시했다. 이 밖에 다른 국내 게임사들 또한 확률공개 의무화를 하루 앞두고 UI, 광고물 등에 정보 공개 작업을 마무리 중이다.
개정된 게임산업법 내용을 반영한 게임 광고도 눈에 띈다. 광고 관련 규정이 다소 모호하다는 지적이 많았는데 대부분 게임사는 광고물 밑에 ‘확률형 아이템 포함’이라는 문구를 하얀 글씨체로 작게 기재하는 방식으로 법에 대응하고 있다.
가장 선제적으로 대응한 게임사는 하이브IM이다. 하이브IM은 지난 5일 자사의 신작 ‘별이되어라2: 베다의 기사들’의 온라인 쇼케이스에서 홍보 영상 속 확률형 아이템 포함 문구를 담았다. 출시 일정이 아직 멀었음에도 발 빠르게 대응한 덕에 게이머와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규제 준수에 분주한 국내 게임사들과 달리 국내에 법인을 두지 않은 해외 게임사에 대한 제재 방법이 마땅치 않아 역차별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특히 국내 앱 마켓 게임 부문 매출 상위권을 휩쓸고 있는 중국 게임사들은 대부분 국내에 법인이나 사무실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즉 법 위반을 해도 즉각적으로 대응할 창구가 없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게임사를 타깃으로 한 규제법이 될 거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에 따르면 국내 게임사의 98%는 2015년부터 시행된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 자율 규제를 준수해 왔지만 해외 게임사는 56%만 따랐다.
해외 게임사의 국내 대리인 지정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게임산업법 개정안이 발의돼있지만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김지윤 기자 merr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