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갑 차고 끌려가는 레고들? 美경찰이 밝힌 ‘정체’

입력 2024-03-21 17:28
캘리포니아 경찰에 체포된 용의자들. 뮤리에타 경찰국 페이스북 캡처

미국 캘리포니아의 한 도시 경찰국이 ‘레고’를 체포하고 연행하는 사진을 다수 공개해 화제를 몰고 있다.

LA타임스 등 현지매체는 지난 19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 경찰이 용의자 신원을 보호하는 창의적인 방법을 고안해 냈다”며 이 같은 소식을 보도했다.

해당 사진들은 캘리포니아주 뮤리에타시 경찰국이 촬영해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에 공개한 실제 범죄자 체포 장면이다. 검거된 용의자들의 얼굴은 장난감 레고 머리로 대체했다.

절도 후 도주하다 붙잡힌 남성에는 분한 표정의 레고를, 음주운전 현행범에게는 정신이 나간 듯한 레고를 합성하는 등 상황에 따라 적절한 레고 머리를 합성한 덕에 더욱 이목을 끌었다.

캘리포니아 경찰에 체포된 용의자들. 뮤리에타 경찰국 페이스북 캡처

이는 캘리포니아의 범죄자 인권 신장을 위한 주법 개정에 따른 조치였다. 2021년 캘리포니아 주의회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용의자의 머그샷을 14일 이상 공개하거나 비폭력 범죄로 체포된 용의자의 이미지를 온라인상에 공유하는 행위를 금지하기로 했다. 올해 1월부터 해당 주법이 시행됨에 따라 뮤리에타 경찰국은 ‘레고 체포 사진’을 활용하기로 한 것이다.

뮤리에타 경찰국 대변인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주민들에게 지역 사회의 안전 사건에 대한 최신 정보를 제공하는 동시에 새로운 법규를 준수하기 위해 SNS 게시물에서 용의자의 얼굴을 가리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대변인은 이어 프라이버시 침해 관련 시비를 피하기 위해 오래 전부터 다양한 방식으로 범죄자의 얼굴을 가려왔다며 “이는 전혀 새로운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실제로 뮤리에타 경찰국 페이스북 계정의 지난해 게시물에서도 용의자 얼굴에 바비 인형이나 슈렉 등 여러 캐릭터를 합성한 사진이 다수 발견된다.

캘리포니아 경찰에 체포된 용의자들. 뮤리에타 경찰국 페이스북 캡처

하지만 LA타임스는 뮤리에타 경찰국의 행태가 다소 지나치다고 지적하며 일부 형법 전문가들의 의견을 소개했다.

캘리포니아 폴리테크닉 주립대 포모나캠퍼스의 사회학·범죄학 교수 피터 해닝크는 “경찰은 투명성을 위한 사진 공유라고 주장하지만, 사건 관련 정보나 얼굴이 없는 사진을 굳이 공개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모자이크 등 단순한 방식 대신 캐릭터를 이용해 신원을 가리는 건 체포된 사람들을 희화화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는 불기소 처분되거나 무죄 판결을 받을 수 있는 이들의 명예를 해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천양우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