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 통일부장관 “북한 주민 83% 한국 드라마 경험”

입력 2024-03-21 14:55

극동방송(이사장 김장환 목사)이 지난 19일 서울 마포구 상수동에 위치한 극동아트홀에서 김영호 통일부 장관을 강사로 제54회 극동포럼을 개최했다. ‘북한의 경제 사회 실태와 정부의 통일 정책 방향’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포럼에는 사회 각계 인사 및 방송 청취자 600여명이 참석해 뜻깊은 시간을 함께했다.

포럼에 앞서 인사말을 전한 극동방송 이사장 김장환 목사는 “한반도의 정세를 직시하고 급변하는 한반도의 정세에 발맞추어 바람직한 통일 한국의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김영호 통일부 장관을 초청해 54회 극동포럼을 개최하게 됐다”며 “이 시간을 통해 한국의 모든 성도님들이 마음을 하나로 합해 통일을 이끄는 우리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지난 20년 동안 북한이탈주민 6351명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통해 밝혀진 북한의 경제와 사회 실태에 대해 설명하며 “북한이탈주민들을 통해 생생하게 전해 들은 북한 실상에 대한 첫 번째 여론 조사격”이라고 밝혔다.

김 장관은 북한이탈주민 대상 조사 결과를 ‘북한 정권의 실패’ ‘계획경제와 통제의 틈새에서 시장으로 향하는 주민들’ ‘더디지만 변화하는 주민들’ ‘최근 북한의 대남정책 변화’ ‘윤석열 대통령 3.1절 기념사와 통일’ ‘향후 통일부의 정책 방향’이라는 6개의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김 장관은 “북한은 사실상 ‘배급제’가 중단돼 주민들이 장마당으로 나가 스스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으며 국가가 더 이상 식량배급을 하지 않고 있다”며 “심지어 약품들까지도 북한 내 병원이 아닌 장마당을 통해서 구입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핵과 미사일 개발 과다 지출로 인해 민생이 가중되고 있어 북한 주민들의 불만은 나날이 늘어갈 수밖에 없고, 지난해에는 16억원을 핵 개발비로 사용했는데, 이는 전체 북한 주민들의 4년 치 식량 값”이라고 밝혔다. 또 “북한 정권의 부패 원인으로 응답자의 56%가 ‘뇌물 문화’를 꼽았으며 93.1%는 북한의 빈부격차는 김정은 집권 이후 더욱 상승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 주민들의 의식에 변화를 가져온 가장 큰 이유로 문화 콘텐츠를 꼽았다. 김 장관은 “북한 주민 83%는 한국 드라마를 본 경험이 있으며 이것이 탈북의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며 “더 나아가 탈북민들의 대다수는 극동방송을 북한에서 들은 경험이 있으며 이를 통해 신앙의 자유를 찾아 탈북을 하게 된 경우도 있다. 이로 인해 대남 정책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으며 북한 주민들의 남한을 동경하는 분위기가 고조되자 지도에서 남한을 지우거나 없애고 있다”고 말했다.

또 북한 주민들은 정권을 위한 희생보다는 개인사를 중시하고 있는 것(응답자의 53%)으로 드러났다. 김 장관은 “응답자의 59.6%는 김정은의 리더십에 부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으며 배급제가 끊어진 것과 경제적 어려움이 정권에 대한 불신의 원인으로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응답자의 54.9%는 3대 세습을 반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장관은 “남한에서 탈북민을 잘 돕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3,4000여명의 탈북민이 남한에 살고 있는데 이들을 위해 지난해부터 정부는 7월 14일을 북한이탈주민의 날을 제정하고 그들을 격려하고 있다”며 “정부는 지속적으로 그들에게 일자리 제공과 사회에서 편견과 차별 없이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도와야한다”고 말했다.

지난 2003년 출범해 54회째를 맞은 극동포럼은 시대의 주요 명제를 올바른 기독교적 세계관으로 조명하기 위해 마이크 펜스 전 미국 부통령을 비롯해 김영삼 前 대통령, 한승수 前 국무총리, 정세균 前 국무총리, 성김 前 주한미국대사, 해리 해리스 前 주한미국대사 등 정치, 경제, 사회, 외교 등 각 분야의 전문가를 초청해 포럼을 개최해 왔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