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중남부 지역에서 체감온도가 섭씨 60도에 육박하는 폭염이 계속되는 가운데, 상파울루 대학생들이 충분한 에어컨을 제공해주지 않는 대학 당국을 비판하며 ‘비키니 시위’를 벌였다. 남반구인 브라질은 12월부터 3월까지 여름에 해당한다. 브라질 기상청은 올해 상파울루의 여름이 2014년과 1998년에 이어 역사상 세 번째로 더웠다고 전했다.
브라질 언론 G1에 따르면 상파울루 가톨릭대학 학생들은 20일(현지시간) 더위 고통을 덜어줄 에어컨이 턱없이 부족한 학교에 항의하는 의미로 캠퍼스 내에서 비키니를 입고 시위를 벌였다.
학교에 있는 191개의 교실 중 43개의 교실에만 에어컨이 설치되어 있으며, 나머지 교실은 각 2대의 선풍기로 버티는 상황이라고 현지 매체는 전했다. 60도의 더위를 나기엔 역부족이란 말이다.
G1은 “시위에 참여한 학생들이 ‘비싼 등록금이 대체 어디에 쓰이고 있는지 알 수 없다’며 입을 모았다”고 전했다.
심리학과 1학년생인 마리아씨는 인터뷰에서 “견딜 수 없이 덥다. 가톨릭대학은 훌륭한 교육 기관이긴 하지만, 폭염을 견딜 인프라를 갖추고 있지 않다. 에어컨이 있는 교실이 거의 없다. 이것이 바로 비키니를 입고 있는 이유다”라고 말했다.
이번 비키니 시위는 캠퍼스 전용 온라인 데이트 페이지 ‘스포티드(Spotted)’를 통해 시작됐다. 관심 있는 상대방에게 메시지나 사진을 보내는 통로로 운영되는 곳이다. 현지 학생들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대학 내 개찰구 설치, 경비원 채용, 에어컨 부족 등과 같은 학생 생활과 관련된 요구 시위가 ‘스포티드’를 채널로 조직됐다.
학생들은 시위 선언문에서 “지옥의 열기 속에서 학생과 교사, 교직원 모두가 각자 주어진 일을 하고 있다”며 “건강에도 해로울 뿐아니라 비인간적인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시위는 법과대학, 사회과학대학, 언론대학 등이 동참하면서 세를 키웠다.
이에 대학 측은 “극심한 더위로 인해 대부분의 교내 행사를 에어컨이 설치된 교실에서 열고 있다”며 “올해 안에 에어컨이 설치된 교실을 늘릴 예정”이라고 매체에 밝혔다.
현지 기상청은 이번 폭염의 주된 원인으로 열돔 현상을 지목했다. 기상청은 “이번 폭염이 아르헨티나와 파라과이의 뜨거운 공기 덩어리가 열돔을 형성하며 지구 표면의 뜨거운 공기를 가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다희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