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들, 싱가포르 의사시험 준비중… 자괴감 드는 상황”

입력 2024-03-21 14:15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해 사직서를 내고 근무 중단을 선언한 전공의 대표들이 2월 20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대강당에서 열린 임시대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권현구기자

정부가 의대 정원 증원 규모를 2000명으로 확정한 가운데, 방재승 전국의대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전공의들 상당수가 이런 시스템에서는 의사 하기 싫다며 미국과 싱가포르 의사고시를 준비하고 있다”며 참담한 심정을 밝혔다.

21일 의료계에 따르면 방 위원장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공계 계통의 인재 유출이 의학 쪽으로 온 것도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 손실인데, 의학 쪽으로 온 이공계 인재들이 다른 나라 의사를 지원해서 다른 나라 국민을 치료해 준다면 얼마나 자괴감이 드는 상황인가”라며 이 같이 말했다.

방 위원장은 “빨리 대화의 장을 만들어서 전공의들을 복귀시켜야 하는데, 그러려면 일단 전공의들에 대한 사법적 조치를 풀어주고 대화를 해 보자는 정부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날 정부는 의대 증원 2000명의 대학별 배정 결과를 발표했다. 증원 인원의 82% 수준인 1639명이 비수도권 대학에 배정됐다. 18%는 경기·인천 지역 대학이 차지했다. 서울 소재 8개 의대는 증원 대상에서 빠졌다.

이에 대해 방 위원장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실제 지방국립대 어떤 대학은 원래 정원이 49명인데 200명으로 발표가 됐다. 의료 현장에 있는 교수로서는 4배의 의대생을 배분했을 때 교육을 시킬 수가 없다는 걸 누구나 다 잘 안다”고 주장했다.

방 위원장은 “수업실에서 강의만 하는 게 아니라 실습을 나가야 하는데 병원 규모가 3~4배가 더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라며 “현실적으로 재원을 어디서 조달하며 교수진을 어디서 구하며 실현성이 없는 대책”이라고 비판했다.

정부가 국립 의대 교수를 1000명 이상 증원할 계획을 내놨지만, 방 위원장은 교수 양성을 위해 학위뿐 아니라 상당 기간의 임상 경험이 필요하다는 점을 들어 어려울 것으로 봤다.

비수도권에 정원 82%가 배치된 것에 대해서는 “지방의대 나온 학생들이 결국 수도권으로 와서 전공의 트레이닝을 받으려고 할 것”이라며 “향후 전공의 수련 과정에서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교수들이 생각하기에 국민이 원하는 의료개혁은 필수의료 강화, 지역 의료 강화, 공공의료 강화”라며 “그런데 필수의료패키지 정책에는 그런 세세한 게 하나도 안 들어가 있다”고 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