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물 마시려다 쓰러진 50대… 4명 살리고 하늘로

입력 2024-03-21 10:32 수정 2024-03-21 13:20
지난달 29일 뇌사장기기증으로 4명에게 새 생명을 주고 세상을 떠난 최병배(59)씨. 한국장기기증조직원 제공

급작스럽게 쓰러져 뇌사 판정을 받은 50대가 4명에게 새 생명을 나누고 떠났다.

21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뇌사장기기증자인 최병배(59)씨가 지난달 29일 충북대병원에서 신장과 안구를 기증해 4명의 생명을 살리고 숨졌다.

그는 또 100여명에게 인체조직기증을 했다. 인체조직기증은 장기는 아니지만 뼈, 연골, 근막, 피부, 양막, 인대 등 인체 조직을 대가 없이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앞서 최씨는 지난달 24일 새벽 물을 마시러 일어났다가 갑자기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돼 수술을 받았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해 뇌사 상태에 빠졌다.

의료진은 가족들에게 최씨가 회복할 가능성이 없다고 했지만 장기기증으로 다른 사람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설명을 들은 가족들은 기증을 결심했다.

지난달 29일 뇌사장기기증으로 4명에게 새 생명을 주고 세상을 떠난 최병배씨(왼쪽). 한국장기기증조직원 제공

최씨는 특히 아들이 태어날 때부터 ‘간문맥혈전증’을 앓아 치료받고 있어 이미 아픈 사람들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었다고 한다.

유족에 따르면 유쾌하고 활동적인 성격인 최씨는 충북 청주에서 8남매 중 7번째로 태어났다. 그는 40년 넘게 자동차 의자에 들어가는 가죽을 생산하는 피혁공장에서 일한 자부심 큰 직장인이자 퇴근 후에는 자녀들과 근처 냇가로 나가 물고기를 잡으며 함께 시간을 보낸 자상한 아빠였다.

또 주말이면 벼농사를 지어 수확물을 친척과 주변 이웃에게 나눠주는 따뜻한 사람이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4명의 생명과 100여명의 삶의 질을 개선해주신 기증자와 유가족에게 감사드린다”며 “생명나눔은 사랑이자 생명을 살리는 일로 한 분의 생명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강민 기자 riv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