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목표치인 2%대 인플레이션에 도달할 때까지의 과정을 “울퉁불퉁(bumpy)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은 양적긴축(QT)의 속도 조절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파월 의장은 2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FOMC 3월 정례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지난 2개월간 울퉁불퉁한 인플레이션 지표를 목격했다. 앞으로도 울퉁불퉁한 여정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그곳(지난 2개월의 인플레이션 지표)에서 너무 많은 신호를 꺼내오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미 소비자물가지수(CPI)의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지난해 6월부터 지난달까지 3%대에서 횡보했다. 지난 1월 3.1%, 2월 3.2%로 나타났다. 2022년 6월 9.1%에서 정점을 찍고 2년 가까이 둔화한 물가상승률은 연준의 목표치 문턱에 있다. 파월 의장의 이날 발언은 지난 1~2월 지표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파월 의장은 “1~2월 물가 지표가 2% (상승률) 목표 달성의 자신감에 힘을 보탰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연준이 지난 7개월간 좋았던 물가 지표를 과도하게 자축하지도 않았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과거의 통화정책은 금리를 섣부르게 인하하고 다시 올리지 않으려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알려준다”고 강조했다.
연준은 이날까지 이틀간 진행한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5.25∼5.50%로 다시 동결했다. 지난해 9월부터 5회 연속으로 금리를 현행 수준에 묶었다. 한국은행(연 3.50%)과 연준의 금리 격차는 최대 2%포인트로 유지됐다.
FOMC 위원들은 향후 통화정책 전망을 점으로 찍어 표시하는 점도표에서 기준금리의 중간값을 4.6%로 제시했다. 지난해 12월 예상치와 동일하다. 한 번에 0.25% 포인트씩 금리를 내리면 연내 3차례가 가능하다는 전망이 점도표의 중간값에 나타났다.
파월 의장은 “임금 상승세가 완화되고 구인이 감소하고 있다”며 “노동수요가 공급을 초과하고 있지만, FOMC 위원들은 노동시장 재균형이 인플레이션 상승 압력을 계속 완화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망했다.
파월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QT 속도 조절론도 언급했다. QT는 연준이 채권을 매각하거나 만기 도래 이후 재매입하지 않는 방식으로 시장의 유동성을 흡수해 대차대조표를 축소하는 정책이다. 연준은 2022년 금리 인상을 시작하면서 QT를 병행했다.
QT 속도 조절이란 결국 시장의 유동성 흡수를 줄여갈 수 있다는 얘기다. 파월 의장은 “대차대조표 축소를 시작한 뒤 약 1조5000억 달러어치의 보유 증권이 감소했다. 이번 회의에서 자산매각 속도를 줄이는 의제가 논의됐다”며 “현 시점에서 어떤 결정도 내리지 않았지만 ‘조만간(fairly soon) 속도를 늦추는 게 적절하다’는 공감대가 있다”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