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 마주보고 웃은 손흥민…“대인배” 찬사나온 순간

입력 2024-03-21 08:40 수정 2024-03-21 10:40
태국과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2차 예선을 앞두고 2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훈련하는 손흥민(왼쪽 사진)과 이강인. 연합뉴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주장 손흥민(32·토트넘)이 이른바 ‘탁구 게이트’의 장본인이자 자신에게 하극상을 벌인 후배 이강인(23·파리 생제르맹)에게 웃으며 장난을 거는 모습이 포착됐다.

21일 축구 팬들 사이에서는 태국과의 2026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3차전을 앞두고 전날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진행된 공식 훈련의 일부 장면이 이목을 모았다. 손흥민과 이강인이 마주보며 웃은 순간이었다.

이날 이강인은 훈련 중인 선수들을 뒤로하고 포토라인에 서서 심경을 밝혔다. 그는 ‘반성의 시간을 가졌고 앞으로 좋은 축구선수이자 모범적인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는 취지의 사과 입장을 전했다. 발언을 마치고서는 운동화에서 축구화로 갈아신은 뒤 선수들 사이로 돌아갔다.

2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훈련 도중 서로 마주보고 웃는 손흥민(왼쪽)과 이강인. 엠픽뉴스 유튜브 영상 캡처

이때 손흥민과 눈이 마주쳤다. 손흥민은 이강인의 긴장을 풀어주려는 듯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웃어 보였다. 이강인도 그런 손흥민을 바라봤다. 취재진 카메라에는 이강인의 뒷모습만 찍혔으나 이강인 또한 밝은 표정을 짓고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팬들은 “손흥민은 진정한 대인배다” “인성도 월드클래스다”라는 찬사를 쏟아냈다. 특히 이날 이강인이 취재진 문답 없이 준비된 입장만 밝힌 데 반해 손흥민은 기자회견에 나서서 직접 하극상 논란을 정리하고 끝까지 이강인을 감싸안은 것을 두고 박수가 쏟아졌다. 국민들이 이강인의 이번 대표팀 선발을 받아들인 데도 손흥민의 역할이 컸다는 의견이 많다.

태국과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2차 예선을 앞두고 2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훈련하는 손흥민 이강인 등 선수들. 연합뉴스

20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밝은 표정으로 훈련하는 손흥민. 연합뉴스

손흥민은 기자회견에서 “먼저 사과하는 것도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다”며 “강인 선수가 사과하는 용기를 보여줬기에 (다른) 선수들도 이런 마음을 잘 받아주지 않았나 싶다. 더욱 똘똘 뭉칠 계기가 확실하게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누구나 실수를 통해 배우기 때문에 강인이도 대표팀이 어떤 의미인지 배우고 더 좋은 선수, 사람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하극상 과정에서 발생한 자신의 손가락 탈구 부상에 대해서는 “이제 손가락 이야기는 안 하셔도 될 것 같다”면서 “걱정하실 만큼 심각한 부상은 아니다. 걱정해 주시고 신경 써주시는 건 감사하지만 많은 사람에게 혼란을 드리고 (선수들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같이 미안해지고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축구대표팀 주장 손흥민이 2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2차 예선 한국-태국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면서 “축구는 팀 스포츠인데 나로 인해 이런 (팀에 대해) 안 좋은 기사가 나가는 건 불편하다”면서 “정말 괜찮고 이 정도 아픔은 모든 축구선수가 갖고 있다. 이 자리를 끝으로 손가락에 대해서는 그만 얘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훈련을 마친 대표팀은 21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태국과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C조 3차전을 치른다. 이어 26일에는 태국 방콕의 라자망갈라 스타디움에서 4차전을 벌인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