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러캐머라 주한미군사령관이 북한과 중국, 러시아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2만8500명 수준의 주한미군 규모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러캐머라 사령관은 20일(현지시간) 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우리는 한국을 방어하기 위해 주한미군 2만8500명에 계속 투자해야 한다. 북한과 경쟁하기 위한 대비태세를 구축해야 한다”며 “여기에는 한반도 안팎에서 이뤄지는 양자 및 3자, 다자 훈련, 다영역에서의 실제 및 가상 훈련, 차세대 역량 실험 등이 포함된다”고 말했다.
러캐머라 사령관은 “휴전협정은 물론 우리의 철통같은 방위공약과 전투태세를 유지하려면 우리는 의회의 지속적인 지원과 (북한이) 미국 본토에 위협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러캐머라 사령관은 군사위에 제출한 서면 입장에서도 “중국과 러시아에서 위기가 발생하면 지리적 근접성 때문에 한반도에 제3국이 개입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할 상당한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국과 러시아 모두 한국에 미군 2만8500명이라는 최고의 합동 전력이 전방 배치됐다는 점을 의식하고 있다”며 “지리적 현실과 매우 큰 경제적 이해관계 때문에 한국은 동북아시아 안보의 핵심축이자 우리가 꼭 방어해야 하는 조약 동맹”이라고 강조했다.
러캐머라 사령관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량살상무기 도발과 긴장 고조를 이어가는 의도에 대해 “최우선순위는 정권 생존”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정은은 정권 생존에 필요한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하고 있고, 제재를 완화하려고 한다”며 “자기 나라를 방어하려고 준비하고 있고 그게 최우선순위”라고 말했다.
러캐머라 사령관은 북한이 한국을 공격할 것으로 예상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김정은은 코로나19에서 회복하고 있고 현재 동계 훈련 주기에 있다”며 “(군사)장비를 시험하고 있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사용할 장비를 제공해 러시아가 장비를 시험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회색지대’(저강도 도발)에서 활동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러캐머라 사령관은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를 제공하고 무엇을 대가로 받았는지는 아직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존 아퀼리노 미 인도·태평양사령관은 이날 같은 청문회에서 “중국은 경제성장 둔화 속에서도 공격적인 군사력 확대와 현대화, 강압적인 회색 지대 작전을 계속하고 있다”며 “모든 징후는 중국이 2027년까지 대만을 침공할 준비를 마치라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지시를 이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중국이 진행 중인 핵무기 역량 강화 등 조치가 언제든 대만 침공 지시를 이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기 위한 것이라는 의미다.
아퀼리노 사령관은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에 대해 “전쟁하지 않고 대만을 흡수하기를 원할 것이라는 게 내 견해”라면서도 “중국의 의도는 행동해야 할 상황에 대비해 군사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퀼리노 사령관은 또 “동맹인 필리핀을 겨냥한 중국의 공격적이며 위험한 활동을 우려하고 있다”며 “위태로운 분쟁 지역이며 나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필리핀의 선원이나 군인이 한 명이라도 죽는다면 상호방위조약 5조를 발동할 수 있고, 우리 정책 의사결정자들이 매우 힘든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