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경선에서 현역 박용진 의원을 꺾고 4·10 총선 서울 강북을 후보로 출마하게 된 조수진 변호사가 과거 아동 성폭행범을 변호하는 과정에서 피해 여아의 ‘다른 성관계’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져 ‘2차 가해’ 논란이 일고 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조 변호사는 지난해 초등학교 4학년 A양을 성폭행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0년형을 받은 체육관 관장 B씨를 2심에서 변호하면서 “다른 성관계를 통해 성병이 감염됐을 수도 있다”는 취지의 논리를 댄 것으로 전해졌다.
A양은 2017년 B씨로부터 지속적인 성폭행을 당해 인유두종바이러스에 감염되는 등 성병을 얻은 상태였다. 3년이 지나서야 피해 사실을 부모에게 털어놓으면서 뒤늦게 수사와 재판이 진행된 것이었다.
A양의 법률대리인이었던 신진희 대한법률구조공단 피해자국선전담 변호사는 언론에 “(조 변호사가) 제3자에 의한 성폭행 가능성을 주장한 것은 피해자에게 돌이킬 수 없는 2차 가해를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2심 재판부는 당시 체육관 학생들의 진술과 피해자 심리검사 결과, 산부인과 의사 의견 등을 토대로 B씨 측 항소를 기각했고 대법원 역시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앞서 조 변호사는 2018년 술에 취해 잠든 19세 여성을 성폭행한 남성, 2022년 특수강간 혐의를 받은 남성, 2021년 여성 208명을 상대로 몰카를 찍고 음란물 사이트에서 몰카 촬영물을 내려받은 남성 등을 변호한 이력이 알려져 논란에 휩싸였다.
2018년에는 경기도 소재 한 고등학교에서 여고생을 성추행한 강사를 변호했고, 지난해 9월 자신의 블로그에 10세 여아의 성착취물을 제작하고 학대한 사건 가해자를 변호해 집행유예를 받아냈다는 글을 올린 바 있다.
이를 두고 정치권 안팎에서 조 변호사 공천을 취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국여성민우회·한국여성단체연합·한국YMCA연합회 등 146개 여성단체가 22대 총선을 앞두고 출범한 조직인 ‘어퍼’는 논평을 통해 조 변호사 공천 취소를 요구했고,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조 변호사의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조 변호사는 입장문을 내고 “과거 성범죄자 변론을 맡은 것과 블로그에 홍보한 것은 변호사의 윤리규범을 준수한 활동이었다”면서도 “국민들 앞에 나서서 정치를 시작하는 국회의원 후보로서 심려를 끼친 것에 대해 사과드린다. 변호사에서 국민을 위한 공복으로 다시 태어나겠다”고 밝혔다. 자진 사퇴 가능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