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해킹과 사이버 공격으로 최근 6년간 30억 달러(약 4조 원)를 탈취해 무기 개발 재원 40%를 충당했다는 유엔 보고서가 나왔다. 유엔은 북한이 러시아와 무기 거래를 지속하고 있고, 고급 자동차 등 사치품 수입도 늘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는 20일(현지시간) 전문가 패널 연례보고서를 통해 “북한이 해킹, 사이버 공격 등 악의적 사이버 활동으로 전체 외화벌이의 약 50%를 조달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2017∼2023년 북한이 가상자산 관련 회사를 상대로 사이버 공격을 벌여 탈취한 금액이 약 30억 달러로 추산되며, 이와 관련한 의심 사건 58건을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중 지난해 북한이 관여한 것으로 의심되는 가상화폐 탈취 사건은 17건으로, 탈취 규모는 7억5000만 달러(약 1조 원)에 달한다.
보고서는 “북한의 사이버 위협은 유엔 제재를 피해 수입을 창출하기 위한 목적”이라며 북한을 ‘세계에서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는 사이버 도둑’이라고 묘사한 한 사이버 업체 설명을 전했다.
보고서는 스카크루프트(ScarCruft), 김수키(Kimsuky), 안다리엘(Andariel), 라자루스그룹(Lazarus Group), 블루노로프(BlueNoroff) 등 북한과 관련한 해커 단체를 제재 대상으로 지정할 것을 권고했다.
보고서는 또 북한이 다양한 수단으로 유엔 제재를 피해 추가로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개발 프로그램을 진전시켰고, 핵분열성 물질도 생산해왔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영변 핵단지에서 핵물질 증산 시도로 의심되는 정황이 관측됐다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보고를 언급하며 “핵시설 건물 주변에서 원자로 가동 조짐을 일부 관찰했다”고 언급했다.
보고서는 러시아 선박이 컨테이너를 싣고 북한 나진항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두나이항을 오간 위성사진 등을 지목하며 북한이 우크라이나에 사용할 무기를 러시아에 지속 수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러시아와 인적 교류를 통해 무형기술을 이전받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보고서는 러시아 측이 북한산 무기 수입 사실을 부인하거나 관련 의혹 사례에 답변을 주지 않은 상태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패널은 무기 거래가 안보리 제재 위반이라는 최종 결론도 내리지 못했다.
보고서는 지난해 1∼3분기 북한 교역량이 2022년도 전체 교역량을 넘어섰으며, 팬데믹 이전인 2019년 교역량의 51% 수준에 도달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지난해 1~3분기에는 대(對)중국 교역이 전체의 98%를 차지했지만, 최근 러시아와의 교역이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패널 전문가들은 북한 지도부가 수입이 금지된 고급 승용차를 이용하고 명품가방을 든 장면이 빈번히 포착되고 있다는 점을 소개하며 관련 의혹을 계속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