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채 금리가 최근 4개월 만에 최고치에 달했다.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상반기 내로 기준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꺾이면서다. 채권 수익률이 장기간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국내 개인 투자자들은 최근 1주일 새 미국 채권 상장지수펀드(ETF)를 추가 매수하고 있다. 국채 금리 상승으로 채권 가격이 내려가자 오히려 저가 매수 기회로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4.340%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11월 30일 이후 최고 기록이다. 특히 연준의 금리 정책에 가장 민감한 2년물 국채 금리는 같은 날 4.736%까지 올랐다 소폭 하락했다. 채권의 인기가 떨어지면서 채권 가격은 하락하고 국채 금리는 오르고 있다.
현재 시장 전문가들은 연준이 올해 3차례 금리를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CNBC 방송이 경제학자와 전략가, 펀드매니저 등 27명을 상대로 설문 조사한 결과다. 채권 선물·옵션 시장에서도 고금리 장기화에 대비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채권 트레이더들이 금리 인하 시기가 미뤄질 위험에 대비해 국채에 대한 숏 베팅을 강화하고 파생상품을 매수하는 단계라고 전했다. 최근 공개된 경제지표들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지속을 가리키면서 시장에서도 연준의 금리 인하 시작 시기가 늦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국내에서는 수익률이 저조한 미국 국채 매수세가 더 강해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들은 지난 한 주간(13~19일) 미국 국채 30년물에 투자하는 ‘ACE미국30년국채액티브(H)’를 235억원 규모로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KBSTAR미국채30년엔화노출(합성H)’과 ‘TIGER미국채30년스트립액티브(합성H)’도 각각 97억원 규모로 사들였다. 이 기간 해당 ETF의 수익률은 각각 -3.29%, -2.85%, -4.38%였다.
시장에서도 미국 국채 금리가 상승할 때 투자하는 ‘저가 매수’ 전략이 유효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금융시장의 올해 말 기준금리 전망치는 4.4~4.6%로 연초 3.7~3.9%에서 이미 상향 조정됐다”며 “미국 국채 10년 기준 4.4%대 돌파 요인까진 무리”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국고 3년 기준 3.4%, 10년 3.5%에 근접하면 가격 매력 상승으로 저가 매수에 나설 수 있는 영역”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