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1전 패배로 빛바랜 농심 ‘지우’ 원맨쇼

입력 2024-03-20 21:57 수정 2024-03-20 22:03
LCK 제공

농심 레드포스의 T1전 패배로 에이스 ‘지우’ 정지우의 활약이 빛바랬다.

농심은 20일 서울 종로구 LCK 아레나에서 열린 2024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스프링 시즌 정규 리그 9주 차 경기에서 T1에 0대 2로 패배했다. 이날 패배로 3승14패(-17)를 기록, 한 계단 내려가 9위가 됐다.

50분 가까이 넥서스를 지켜냈음에도 결국 석패했다. 농심은 2세트 초반 바텀 라인전에서 완패해 상대방에게 이른 시간 승기를 내줬다. 그러나 스몰더를 플레이한 정지우가 중반 한타에서 쿼드라 킬을 해내는 등 분전한 덕에 게임을 장기전으로 끌고 가는 데 성공했다.

농심은 에이스에게 모든 자원을 투자하는 정석적인 ‘원딜 캐리’ 전략으로 나섰다. 이미 게임의 균형이 무너진 상황이었지만 농심은 포탑과 오브젝트를 모조리 상대방에게 내주는 대가로 정지우의 성장을 도모했다. 결국 정지우가 본진 방어 상황에서 쿼드라 킬을 가져가 팀원들의 지원에 보답했다.

하지만 지난해 세계 챔피언은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곧 원래 페이스를 되찾고 ‘제우스’ 최우제(나르)가 ‘선체 파괴자’ 빌드를 이용해 농심의 사이드를 집요하게 흔들었다. 농심은 억제기를 하나둘 내주다가 결국 쌍둥이 포탑까지 전부 잃었다. 백도어 공격 위험에 노출된 농심은 점차 활동 범위를 줄여나갔다.

48분경 농심 본진에서 결판이 났다. 정지우가 ‘오너’ 문현준(세주아니)을 견제하려다가 몸이 앞으로 쏠렸다. 이 틈을 놓치지 않고 ‘구마유시’ 이민형(바루스)이 그를 포킹으로 저격해 쓰러트렸다. 장로 드래곤 버프가 활성화됐고, 12킬 4어시스트를 기록 중이었던 정지우가 게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회색 화면과 마주했다.

경기 후 기자실을 찾은 정지우는 “초반 라인전에서 바텀 웨이브가 쌓여서 왔다. 그때 손해를 많이 봐서 패색이 짙어졌다”고 말했다. 또 “이후 킬을 먹은 걸 기점으로 버틸 만하다고 생각했다. 스몰더의 처형 패시브가 활성화될 때까지만 버티는 생각으로 임했다”고 말했다.

정지우는 막판 한타 상황을 복기하면서 “내가 앞에서 점멸로 상대방의 공격을 흡수하려 했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나 혼자서 앞에서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니까 ‘초강력 화염 숨결(Q)’로 역전 그림을 보려고 했다. 바루스의 ‘꿰뚫는 화살(Q)’이 너무 세서 한 번에 죽어버린 게 결정적 패인”이라고 덧붙였다.

박승진 감독대행은 “첫 세트는 밴픽적으로 준비해온 게 있었는데 잘 풀리지 않아서 어렵게 시작했다. 2세트는 역전까지 해낼 수 있을 것 같았는데 T1 선수들과의 경험 차이가 있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2세트는 피드백할 부분이 많다. 처음 바텀 라인전 단계에서 스몰더 케어를 못 해준 부분이 있다. 잘 피드백해서 마지막 경기는 이겨보겠다”고 말했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