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씁쓸하면서 완벽”했던 美 대학병원 결혼식

입력 2024-03-21 00:03
병실에서 진행된 아빌라와 모레노의 결혼식. UMC Health System 페이스북 캡처.

중환자인 신부 아버지를 위해 병실에서 결혼식을 치른 사연이 미국 ABC뉴스에 소개됐다. 신부의 아버지는 닷새 뒤 세상을 떠났다.

미셸 아빌라와 안토니오 모레노는 20일(현지시간) 텍사스 대학병원(UMC)의 병실에서 웨딩마치를 올렸다. 이 병원에는 신부 아빌라씨의 아버지 호세 안토니오 아빌라가 간질성 폐질환과 합병증으로 입원해 있었다. ABC의 인기 프로그램 ‘굿모닝 아메리카’는 병실에서 열린 결혼식 장면을 소개하면서 “딸의 결혼식에 꼭 참석하고 싶어하는 아버지를 위해 병원장부터 간호사까지 성대한 예식을 준비했다”고 보도했다.

신랑 모레노씨는 “장인 어른은 성공 확률이 50%인 새로운 치료를 앞두고 있었다. 나는 신부에게 ‘뭘 망설이냐’고 말했다”고 했다. 신랑 신부는 병원에서 결혼식을 치러도 되는지 집중치료병동 책임 간호사인 쉬나 헬름에게 문의했다. 헬름 간호사는 즉시 UMC 최고운영자인 마크 펀더버크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답장은 15분만에 왔다. 헬름 간호사는 “나와 병원 운영진은 그날밤 거의 자지 못했고, 이튿날 오후 2시에 성대한 결혼식 자리를 만들 수 있었다”고 전했다.

조촐한 결혼식이 진행될 거라는 부부의 예상과는 달리 병실 결혼식은 성대했다. 복도를 따라 화려한 장식과 꽃다발이 꾸며져 있었고, 결혼식을 준비한 간호사 사회복지사 영양사 등 UMC의 직원들이 모두 참석해 축하했다. 지역의 이벤트 기획사와 병원 사진사도 달려왔다.

새신랑 모레노는 “달콤씁쓸하면서도 완벽했던 순간”이라고 회상했고, 신부 아빌라 역시 “삶을 사랑하고 늘 기뻐했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기 5일 전 우리의 결혼식에 참석할 수 있어 큰 의미가 있었다”고 말했다.

“아버지는 아주 기뻐했어요. 건강이 더 나빠지기 전까지 거듭 병원 직원들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했어요.”

김민경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