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중장년층 고용…경직적 임금체계 바꿔야”

입력 2024-03-20 19:16
한요셉 KDI 노동시장연구팀장이 20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중장년층 고용 불안정성 극복을 위한 노동시장 기능 회복 방안'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중장년(55~64세) 임금근로자 10명 중 3명이 비정규직 종사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고 수준이다. 이러한 중장년층의 고용 불안은 과도한 연공서열형 임금체계와 정규직 보호에서 비롯된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지적이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0일 발간한 ‘중장년층 고용 불안정성 극복을 위한 노동시장 기능 회복 방안’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한국 55~64세 근로자 중 임시고용 비중은 남자 33.2%, 여자 35.9%였다. 이는 OECD 평균(남자 8.2%, 여자 9.0%)의 4배 수준으로 36개 회원국 중 가장 높다.

한국 중장년층 고용은 해고가 자유로운 미국보다 더 불안했다. 미국은 중년이 된 후에도 근속연수 중위값이 남녀 모두 지속적으로 늘어난 반면 한국에선 남성은 40대 중반 이후 근속연수 증가세가 멈췄고 50대부터는 급락했다. 40대 중반 이후부터는 해당 직장에서 오래 일한 노동자가 줄어들기 시작한다는 의미다. 여성은 30대 중반 이후부터 근속연수가 짧은 근로자가 많아졌다.

과도한 연공서열형 임금구조가 중장년 정규직 고용을 낮추는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목됐다. 실제 한국에서 임금근로자 근속연수가 10년에서 20년으로 높아질 때 임금상승률은 평균 15.1%로, 비교 가능한 OECD 27개국 중 가장 높았다. 중장년 채용 수요가 낮다 보니 한 번 정규직을 이탈한 뒤 재취업도 어려워 비정규직 비중은 자연스레 높아진다. 임금 경직성과 함께 정규직 보호가 강한 것도 중장년층 고용 불안을 오히려 부추기는 요소로 지적됐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64세 이상 임금근로 경험자의 정년퇴직 비중은 남녀 각각 26%, 7%였다. 현재 60세인 법적 정년을 일괄 연장하더라도 그 혜택은 소수 근로자에게만 집중될 수 있다는 의미다. 보고서를 발표한 한요셉 KDI 노동시장연구팀장은 “정규직으로 한 직장에 오래 머무른 근로자는 높은 임금과 정년까지 안정성을 누리지만 어떤 이유로든 기존 직장을 이탈한 중장년층 근로자는 재취업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는다”고 지적했다.

한 팀장은 대기업·공공부문이 선도해 생산성이 빠르게 증가하는 일정 시기 이후로는 연공서열에 의한 임금 상승을 제한하는 대신 직무와 성과에 따라 임금이 올라가도록 임금체계를 개편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비정규직은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정규직과 비교해 지나치게 낮은 비정규직의 계약종료 비용을 올려 고용의 지속성, 정규직 전환을 유도해야 한다”고 밝혔다.

세종=김혜지 기자 heyj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