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해야 애를 낳지’… 저출산 극복, 혼인 대책도 쫌!

입력 2024-03-20 17:44

지난해 평균 초혼 연령이 남성은 34.0세, 여성은 31.5세로 20년 전보다 각각 3.9세, 4.2세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을 덜 할 뿐 아니라 늦게 하는 추세가 계속되고 있다는 뜻이다. 인구 전문가들은 초혼 연령이 높아지는 배경에 ‘결혼 장벽’이 있다고 지적한다. 수억원이 드는 집 마련 비용과 수천만원의 결혼 비용에 부담을 느낀 청년들이 ‘늦은 결혼’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것이다.

20일 통계청에 따르면 남성의 평균 초혼 연령은 2003년 30.1세, 2013년 32.2세, 지난해 34.0세로 계속 높아지고 있다. 여성도 같은 기간 27.3세, 29.6세, 31.5세로 상승세다. 지난해 혼인 건수는 19만4000건을 기록하며 12년 만에 소폭 반등했지만 한국에 귀화한 베트남 출신 여성(한국 국적)과 베트남 국적 남성의 혼인 등 다문화 결혼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청년들이 20년 전보다 결혼을 4년 늦게 하고 이 추세가 계속된다는 뜻인데, 이는 저출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대부분 결혼 제도 안에서 아이를 낳는 한국 사회에서 늦은 결혼은 출산율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2003년과 지난해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 수)을 비교하면, 1.19명에서 0.72명으로 급격히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돈이 많이 드는 일’이 되면서 결혼이 늦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과거에 비해 결혼 비용이 굉장히 커졌다. 축적 자산도, 근로소득도 빈약한 청년 세대가 부모 지원 없이 결혼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진단했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도 “부동산 가격 폭등과 함께 아동 돌봄, 가사 등에 어려움이 예상되니 결혼을 포기하거나 최대한 늦추는 것”이라고 말했다. 결혼정보업체 듀오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평균 결혼 비용은 주거를 빼고도 3885만원이었다.

비용의 장벽 앞에 결혼을 꼭 해야 한다는 인식은 점점 줄고 있다. 통계청의 2022년 결혼인식조사에서 ‘결혼해야 한다’는 응답은 50.1%로 2년 전 조사(51.2%)보다 1.1% 포인트 줄었다. 다만 이 조사에선 ‘해도 좋고 안 해도 좋다’ 응답도 43.2%를 기록했다. 결혼에 관한 이른바 ‘중도파’의 마음을 바꾸는 데서 저출산의 해법을 찾을 수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출산·육아 지원과 함께 청년들이 결혼을 결심할 수 있도록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전 교수는 “인구 정책이 출산 장려에 집중되는데, 시각을 확장해 출산의 전제인 결혼의 빈도를 높일 수 있도록 스펙트럼을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제일 좋은 건 양질의 일자리 공급”이라고 했다.

세종=신준섭 이의재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