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강정, 나는 극호였다”… 류승룡 이병헌 ‘웃참’ 이 꽉 깨문 장면은?

입력 2024-03-20 16:49
넷플릭스 오리지널 '닭강정' 중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지금까지 이런 맛은 없었다. 이것은 갈비인가 통닭인가” 이 문장 하나로 1600만 관객을 사로잡았던 이병헌 감독과 배우 류승룡이 닭을 매개로 다시 만났다. ‘극한직업’보다는 덜 대중적이지만 여전히 운율 있고 말맛 넘치는 이병헌 표 대사와 그걸 더 맛깔나게 표현해주는 류승룡이 만나 넷플릭스 시리즈 ‘닭강정’을 탄생시켰다.

‘닭강정’은 어느 날 의문의 기계에 들어갔다가 닭강정으로 변해버린 딸 민아(김유정)를 다시 사람으로 돌려놓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아빠 최선만(류승룡)과 민아를 짝사랑하는 고백중(안재홍)의 이야기를 담은 시리즈다. 한 작품에 SF, 코미디, 사극, 미스터리 등 다양한 장르가 있는 독특하고 도전적인 작품이기도 하다.

어디서도 본 적 없는 ‘민초’(민트초코) 같은 작품이라 그런지 ‘닭강정’은 지난 15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이후 논란 아닌 논란이 되고 있다. “역시 이병헌 표 코미디”라는 극호 반응과 “도대체 이게 뭐냐”며 정색하는 불호 반응이 공존하면서 시청자들이 작품의 재미를 논하는 풍경이 벌어졌다. 작품의 독특한 설정 및 세계관과 과장된 연극 톤의 연기에 대한 평가가 극명히 갈리는 탓이다.

이병헌 감독. 넷플릭스 제공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 감독은 “기획 단계부터 (그런 반응을) 어느 정도 예상하고 시작했던 작품이라 댓글과 후기를 재밌게 감상하고 있다”고 했다. 국내에 흔치 않은 독특한 작품인 만큼 이 감독은 원작 웹툰의 색깔을 그대로 고증해냄으로써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내고자 했다. 이 감독은 “원작의 색을 그대로 가져온다면 키치한 느낌의 드라마가 될 거로 생각해서 (무난하게) 타협하고 어정쩡하게 만들지 않으려 했다”며 “이질감 드는 소재에 대한 어색함은 만화적이고 연극적인 연출로 메꿀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최선만에 완벽히 녹아들어 닭강정이 진짜 딸처럼 느껴졌다던 류승룡도 처음 ‘닭강정’ 대본을 받았을 땐 농담이라 생각했다. 류승룡은 “이 감독이 처음 대본을 줬을 땐 (작품 제안이) 농담인 줄 알았다. 근데 두 번째 제안을 주길래 웹툰을 봤는데 너무 신선했고, 저는 완전 ‘극호’였다”며 “설레고 도전 의식도 생겼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인데 그 이야기가 맨 앞에 배치돼서, 어떻게 보면 스포일러가 제일 앞에 있는 것 아닌가. 그 뒷이야기를 어떻게 풀어갈지가 너무 궁금했다”고 회상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닭강정' 중 한 장면. 이병헌 감독과 류승룡이 꼽은 가장 웃긴 장면이다. 넷플릭스 제공

배우들의 쉴 틈 없는 티키타카 속에 웃음이 휘몰아치지만, 두 사람이 꼽은 ‘닭강정’ 속 가장 웃긴 장면은 9화에 있다. 외계인들이 ‘인간들이 무서워하는 것’이라며 핵, 미사일, 사슴, BTS를 외치며 제각각 그 대상들을 몸짓과 표정으로 표현해내며 인간을 공격하는 장면이다. 류승룡은 “나도 모르게 애드리브로 욕이 나오더라. BTS 춤을 추며 ‘호우!’ 하는 장면에서 ‘아 시X 나도 따라 할 뻔했네’가 나도 모르게 튀어나와서 놀랐다”며 “(그 장면은) 서로 놀라고 충격이었다. 유승목(유인원 역) 배우가 ‘라바’ 하면서 자꾸 몸을 꿈틀거리는데 이 악물고 슬픈 생각을 했다”고 말하며 웃었다.

사람이 닭강정으로, 애벌레로 변하고, 외계인이 등장하니 터무니없는 이야기만 늘어놓는 황당한 코미디 작품 같지만 그렇지만은 않다. 청년세대 문제부터 반려동물, 폭력, 전쟁까지 인간 사회에 대한 비판 메시지도 곳곳에 들어있다. “인간은 배려를 바탕으로 진화합니다. 그 진화의 정점에서 모두가 만나게 될 겁니다”라는 백정(김태훈)의 말이 대표적이다. 이 감독은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대사로 다 쓴 것 같다”며 “(가장 하고 싶었던 말은) ‘인간은 배려를 바탕으로 진화한다’인데, 정확히는 ‘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배우 류승룡. 넷플릭스 제공

류승룡은 ‘닭강정’을 고수에 비유했다. 그는 “원래 고수를 못 먹었는데, 용기 내서 고수를 먹어 보니 계속 넣어서 먹게 되더라”며 “‘닭강정’도 그렇다. 처음엔 좀 이상한데 그 진입장벽만 넘으면 분명 중독성이 있고, 생각 없이 웃으면서 스트레스가 없어진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SF적인 소재가 있지만 풀어가는 이야기는 되게 인간적이다. 거기에 집중이 되면 좋겠다”며 “‘닭강정’을 계기로 다양한 작품들에 참여했으면 좋겠다. 나중에 시간이 지나고 트렌드가 바뀌어서 ‘닭강정’을 다시 봤을 때 ‘이게 이런 작품이었어?’ 하는 작품이 되면 좋겠다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