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A+ A+…’
이처럼 모든 과목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아도 채플을 이수 못하면 졸업을 못하는 학교가 있는 반면 기독교재단이 세운 학교지만 채플을 원하는 학생들만 듣는 선택과목으로 전락한 곳도 있다. 심지어 아예 채플시간이 없는 미션스쿨도 있다. 부산의 모 대학은 교목이 있는데도 대학생선교회(CCC) 간사들이 교내에서 복음 전하는 것을 금하고 있다. 이 지경이 되니 미션스쿨이 폐교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학원복음화를 위해 최전방에서 고군분투하는 이들이 있다. 부산 경남정보대학(김태상 총장) 이창훈 목사(부산 교목협의회장), 부산 디지털대학(최원일 총장) 이준행 교수(부산 교목협의회부회장), 부산십대선교회 YFC 대표 임양조 목사가 주인공들이다. 부산십대선교회 YFC는 십대를 통해 믿지 않는 십대에게 복음을 전하는 전문 청소년 선교단체다.
이들은 채플시간, 점심시간 등 주어진 짧은 시간을 통해 불신자와 믿는 학생에게 복음을 전한다. 때로는 무관심에 지치고 때로는 이단을 믿는 학생들의 항의에 당황하기도 하지만 멈출 수 없는 것은 학생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크기 때문이다. 하나님이 맡기신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19일 부산 경남정보대 미래관에서 MZ 세대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전도방법이 무엇일까. 톡톡 튀는 신세대에게 접근할 수 있는 유익한 방법과 방향이 무엇일까. 그리고 이단가입 방지를 위해 어떻게 대처해야 될까 등 예수 그리스도를 대신해 학생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이들의 소회를 들을 수 있었다. 현장에서 겪은 경험을 토대로 전하는 에피소드와 간증이 줄을 이었다.
먼저 미션스쿨이 폐교된 가장 주된 요인에 대해 임 목사는 “이사장의 정체성이 흔들린 거죠. 처음 1대 이사장은(설립자) 올바른 정체성을 가지고 학교를 세웠는데 2, 3대 후계자에 이르러 정체성이 사라지는 거죠”라고 짚었다. 이 목사는 “우리 동서재단(동서대, 경남정보대, 디지털대)은 아예 시작부터 채플이라는 틀을 딱 잡고 시작했다. 고신대학교도 우리와 동일하다. 그런데 부산의 타 대학은 뒤늦게 채플을 하다 보니까 기존 교수와 안 믿는 교수들을 파고들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대학마다 개강시즌이 다가오면 이단들은 제철 만난 물고기처럼 준동한다. 이 교수는 하나님의 교회를 믿는 학생이 찾아와 ‘안상홍이 하나님이고 재림 예수님이다. 교수님이 불쌍해서 찾아왔다’고 주장해 성경적으로 논리적으로 말해 납득할 수 있으면 서로의 교회에 따라가기로 하고 설전 아닌 설전을 벌인 일화를 소개했다. 이 목사는 모세5경 외 성경을 믿지 않는 천부교 학생의 경우를 설명하며 “채플을 안 듣겠다”며 우기고 버텨서 결국 성경 필사하는 것으로 타협해 졸업시켰다. 경남정보대 야간대학에 스님이 사회복지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입학해 채플시간에 앉아 있었던 웃지 못 할 실화를 곁들이며 말했다.
이들은 불신자 학생들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고 예수를 증거할 수 있는 색다른 방법을 찾는데 고심이 크다. 선물공세, 이벤트, 문화사역 등 많은 것을 해봤다. 임 목사는 “그래서 내린 결론은 목회가 아닌 먹회였다”며 “전, 후반기 두 번에 걸쳐 친구초대 삼겹살 데이를 교회 옥상에서 진행한다. 준비해 놓으면 친구들 다 데리고 온다. 이거 먹으면 계속 만나게 된다”며 성공사례를 자랑했다. 이 교수 경우는 불신자 학생들 눈높이에 맞춰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중립적인 설교를 한다. 그러면 믿는 학생들이 “목사님, 예수 안 믿으면 지옥 간다고 확실하게 말씀하셔야죠”라고 항의성 글들이 올라온다고 설명했다. 이 목사는 “신앙이나 믿음은 상호 교류다. 하나님과 우리는 축구의 티키타카처럼 이런 게 없으면 신앙이 형성될 수 없다”며 하나님과의 전인격적인 만남을 강조했다.
임 목사는 십대선교사역을 40년간 이어왔다. 20여 년 전 임 목사의 고교 후배가 싸움에 휘말려 과실로 상대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과실치사로 6개월 형을 받고 교도소를 출소해 지금은 목회를 하고 있다. 이것이 임 목사가 가장 보람된 사연이라고 소개했다. 이 교수는 “예수 안 믿었는데 채플 듣다가 교회에 나가게 된 경우다. 이런 학생들은 태도부터 다르고 말씀에 반응도 달랐다. 하나님의 부르심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목사는 “아버지가 알코올 중독자였고 자녀와 아내를 폭행하는 그런 집에서 자라 우리대학에 들어온 이가 있다. 신앙도 없었는데 ‘예수 믿을 사람 손 들어보세요’라는 말에 친구 따라 장난삼아 손들었는데 그 후로 기독동아리 활동하고 국제선교봉사도 다녀오고 지금은 경북 경산에서 부목사를 하고 있다”며 변화된 제자의 삶을 소개했다.
MZ 세대들의 성문화에 대해서도 거침없는 발언들이 이어졌다. 지상파에서 고등학생이 동거, 임신, 출산 등을 다루는 프로그램이 학생들에게 노출돼 청소년 나이에 성관계를 해도 괜찮은 걸로 인식하는 학생들이 생각보다 많다고 입을 모았다. 이런 결과로 임 목사는 10대들에게 ‘청소년순결서약운동’을 전개하고 경남정보대는 신입생들에게 ‘혼전순결서약식’을 가졌지만 결과적으로 무의미해져 지금은 이런 행사를 하지 않는다.
경남정보대가 채플을 통해 학생들의 심성이 많이 순화돼 여러 기업체 인사담당자들이 이 학교 학생들을 선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 이유는 조직에 잘 순응하고 이탈이 잘 안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 목사는 “졸업할 때까지 약 50시간 채플수업을 들으니까 채플의 영향이 크다”며 “우리학교 교육자체가 손으로 만지면서 배우고, 머리를 생각하면서 배우고, 가슴을 느끼면서 배우는 인성적인 면에서 채플이 학생들에게 많은 변화를 주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이어 “가정이 무너진 학생들이 많은데 이런 학생들이 ‘자기는 사랑받지 못하였다. 필요 없는 존재다’라고 생각을 많이 한다. 그런데 하나님은 너를 사랑한다. 너를 통해 기대한다”라는 메시지를 학생들에게 전한다고 했다.
부산=글·사진 정홍준 객원기자 jong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