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막말로 바이든 희색…온건파 중도층 떼어놓기 전략

입력 2024-03-20 07:45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막말이 대선 경쟁의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리턴매치가 조기에 확정되면서 선거 운동 기간이 8개월가량으로 길어졌는데, 트럼프 캠프 내에서는 거침없는 언변을 막을 장치가 전무한 상황이다. 바이든 캠프는 트럼프 막말을 부각하며 온건파 유권자를 떨어뜨리는 전략을 펴고 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남편인 더그 엠호프는 19일(현지시간) 네브래스카에서 열린 유세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민주당을 지지한 유대계 유권자를 비난한 것을 언급하며 “전직 대통령 발언은 역겹고 유독하며 반유대주의적이다.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말했다.

유대계 정치인인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도 “완전히 역겹고 유대인들이 직면하고 있는 반유대주의의 교과서적인 사례였다”며 “이스라엘을 정치적 갈등으로 활용해 미국과 이스라엘 간의 유대를 더욱 훼손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날 백악관 보좌관 출신인 서배스천 고르카가 진행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민주당에 투표한 모든 유대인은 그들 종교를 싫어한다. 그들은 이스라엘에 대한 모든 것을 싫어한다”고 말했다. 또 “(그들 투표로) 이스라엘이 망할 것이기 때문에 스스로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발언은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사임을 촉구한 것을 비판하면서 나온 것이다.

그러나 친유대계 단체인 반명예훼손연맹은 “유대인이 특정 정당에 투표할 수 있다는 이유로 그들의 종교를 혐오한다고 비난하는 것은 명예훼손이며 명백한 거짓”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트럼프 캠프는 “민주당이 본격적으로 반이스라엘, 반유대주의, 친테러리스트 집단으로 변했다”며 “트럼프가 옳다”고 그의 발언을 옹호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6일 오하이오주 유세에서는 “내가 선거에서 지면 국가가 피바다가 될 것” “이민자는 사람이 아니다” 등의 막말을 했고, 바이든 캠프는 즉각 이를 선거 영상에 사용하며 비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네바다주를 방문한 자리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민자 관련 막말을 비난하고 “우리는 이민자들의 나라”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막말로 지지율 정체에 빠지면서 바이든 대통령 추격세도 나타났다. 이코노미스트가 미국 대선 여론조사 평균값 추이를 분석한 결과 이날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율은 각각 45%, 44%로 나타났다. 이코노미스트 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 지지율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앞선 건 지난해 10월 이후 처음이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방영된 영국 TV채널 ‘GB뉴스’와 인터뷰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이 공정한 플레이를 하기 시작한다면 미국은 나토에 잔류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 100%”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나토 회원국들이 국내총생산(GDP)의 2% 이상을 국방비 지출하지 않으면 러시아에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할 것이라며 논란을 일으켰는데, 그는 이에 대해 “내가 하는 것은 일종의 협상”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왜 우리가 돈 많은 나라를 지켜야 하고, 미국이 나토의 국방비 부담 대부분을 내야 하느냐”며 “미국은 미국의 정당한 몫을 지불해야지, 나머지 모든 국가의 정당한 몫까지 지불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