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자국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해제에 따른 ‘디플레이션(경기침체를 동반한 물가하락) 탈피’ 선언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기시다 총리는 19일 저녁 도쿄 총리관저에서 기자들과 만나 ‘디플레이션 탈피를 선언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받고 “물가의 기조나 배경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나가겠다”고 답했다. 정부 차원의 디플레이션 탈피 선언까지 더 많은 경제지표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앞서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디플레이션 탈피에 이르지 못했다”는 정부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일본은행은 이날까지 이틀간 진행한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단기금리를 기존 –0.1%에서 0.1%포인트 상향해 0~0.1%로 유도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일본은행은 2007년 이후 17년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했고, 2016년 2월부터 8년간 유지한 ‘마이너스 금리’를 해제했다.
일본에서 ‘대규모 금융완화’ 시대는 이제 막을 내리게 됐다. 일본은행은 대규모 금융완화를 위해 추진해온 수익률곡선 제어(YCC)를 이날 폐지하고, 상장지수펀드(ETF)와 부동산투자신탁(REIT) 매입도 중단하기로 했다.
YCC는 중앙은행에서 금리에서 변동 폭을 설정해 일정한 범위 안에 가두는 국채 대량 매입 정책이다. 일본은행은 2016년 9월부터 시행한 YCC로 장단기 금리를 조작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일본은행은 YCC 폐지에 따라 장기금리 지표인 10년물 국채 금리를 0% 정도에서 유도하는 기존의 방침도 상한선을 없애고 변동을 용인하는 쪽으로 바꿨다.
일본은행의 대규모 금융완화 종결은 이미 예견된 일이다. 시기만의 문제였다. 일본은행은 다른 주요국 중앙은행들처럼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2%로 설정했는데, 지난해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3.1%로 나타났다. 이는 1982년 이후 41년 만에 기록된 최대치다.
일본 기업의 임금 인상도 정부 중심으로 추진됐다. 일본 최대 노동조합 연합체인 렌고(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는 지난 15일 중간 집계에서 평균 임금 인상률이 젼년 동기 대비 1.48%포인트 상승한 5.28%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중소기업 임금 인상률도 4.42%로 높았다.
기시다 총리는 ‘2% 물가상승률을 이른 시기에 달성한다’는 목표를 담은 정부와 일본은행의 공동성명 개정에 대해 “현시점에서 재검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공동성명은 2013년 1월 아베 신조 당시 총리의 2번째 임기에서 정부와 일본은행이 발표한 것이다.
기시다 총리는 또 일본은행의 금융정책에 대해 “완화적인 금융 환경이 유지되는 것이 적절하다. 긴밀히 연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에서 이뤄진 금융정책 전환은 ‘우에다 피벗’으로 불린다. 우에다 총재는 이날 금융정책결정회의를 마친 뒤 “임금과 물가의 선순환을 확인하고 2% 물가 목표가 지속적·안정적으로 실현돼 나가는 것을 예상할 수 있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판단했다”고 금리 인상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지금까지의 YCC와 마이너스 금리 정책 같은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은 그 역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