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내부에서 ‘이종섭·황상무 논란’으로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간의 ‘2차 충돌’ 기류가 확산되는 데 대해 두 가지 집약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나는 이종섭 주호주 대사와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자진 사퇴 요구다. 두 사람에 대한 인적쇄신이 조속히 단행되지 않을 경우 수도권 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윤·한 2차 충돌’을 피하라”는 주장이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이대로 가다가는 다 죽는다”는 위기감이 크다.
다만, 이 대사와 황 수석을 사퇴시키면서 동시에 ‘윤·한 충돌’을 피하라는 주장은 대통령실이 국민의힘의 요구를 무조건 수용할 것을 전제하는 내용이어서 대통령실이 이를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 위원장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종섭·황상무 논란’에 대해 “국가 운명을 좌우하는 중대한 선거를 앞두고 민심에 민감해야 한다는 제 생각을 (앞서) 말씀드렸다”며 “입장에 변함 없다”고 밝혔다. 한 위원장은 이 대사의 즉각 귀국과 황 수석의 거취 결정을 압박했던 기존 스탠스를 고수한 것이다.
이 같은 입장은 최근 여론이 악화된 수도권 지역의 출마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서울 지역의 국민의힘 지지도는 45%(3월 첫째 주)에서 30%(3월 둘째 주)로 일주일 사이에 15%포인트 급락했다.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으로 출국금지 상태에 있던 이 대사가 공수처의 약식 조사를 받고 출국금지가 해제돼 호주행 비행기를 탔던 지난 10일 기점으로 국민의힘을 향한 서울 여론이 급속하게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4선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인천 동·미추홀을)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발대식 이후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실에서 민심의 따가움을 아직 인식 못한 것 같다”며 “선거는 당이 치르는 것이고, 대통령실이 치르는 게 아니다”라고 윤 대통령을 겨냥했다. 윤 의원은 앞서 페이스북 글을 통해서도 “억울함도 있겠지만 살을 내주더라도 뼈를 취하는 육참골단의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민의힘 지도급 인사와 중진 의원 사이에서는 “갈등을 봉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나경원 공동선거대책위원장(서울 동작을)은 19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국민 눈높이에 맞게 정리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조속히 당정 갈등을 봉합하는 게 모두가 바라는 일 아니겠나”라고 강조했다.
5선 정진석 의원(충남 공주·부여·청양)은 ‘윤·한 갈등설’에 대해 “저는 그렇게 보지 않고, 용산(대통령실)도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진화에 나섰다. 한 위원장의 최측근 인사로 평가받는 김경율 비대위원도 “의견 차이를 조정해나가는 과정이 아닐까 싶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결국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직접 대화나 회동을 통해 ‘결자해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통화에서 “대통령실에서는 당의 인사조치 요구를 곧바로 수용하면 임기 후반 ‘레임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는 것 아니겠나”라며 “다만 갈등이 계속되면 국민의힘을 지지하던 수도권·중도층·청년층 유권자의 표심마저 돌아설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구자창 정우진 김이현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