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 소비자 가격 내렸다…가공식품 가격인하 도미노 이어질까

입력 2024-03-19 17:01 수정 2024-03-19 17:24
뉴시스

과일 가격 중심으로 식품 물가 상승이 계속되는 가운데 10여년 만에 처음으로 소비자 판매용 밀가루 가격이 인하된다. 정부가 최근 제분업체와의 간담회에서 가격 인하를 요구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압박에 식품기업들이 가공식품 물가 안정에 동참하는 모양새다. 밀가루에 이어 가공식품 가격 인하 움직임이 계속될지 관심이 모인다.

CJ제일제당은 다음 달 1일부터 일반 소비자에게 판매되는 중력밀가루(1㎏·2.5㎏), 부침용 밀가루(3㎏) 3종의 가격을 평균 6.6% 인하한다고 19일 밝혔다. 대형마트 정상가격을 기준으로 인하율 규모는 제품에 따라 3.2~10.0% 수준이다.

부침용 밀가루와 중력 밀가루는 일반 가정에서 많이 사용하는 제품이다. CJ제일제당의 밀가루 판매에서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물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CJ제일제당에 이어 삼양사와 대한제분도 밀가루 가격을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인하 여부, 인하 폭, 인하 시기 등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최근 국제 원맥 시세를 반영하고, 정부의 물가안정 기조에 적극 동참하는 차원에서 가격을 내리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밀가루 가격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전례 없이 폭등했다. 폭등한 가격이 내려올 기미를 보이지 않았으나 2022년 10월부터 줄곧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밀 시세가 안정적이던 2015~2020년보다 높은 수준으로 형성돼 있으나 폭등의 시기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하향 추세다.

국제 곡물 시세에 따라 밀 수입 가격도 내려가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밀 수입 가격은 t당 335달러로 지난해 6월 390달러보다 14.0% 내려갔다. 밀 가격 하락에 따른 소비자 가격 인하의 필요성이 제기되자 정부는 식품 기업 압박에 나섰다. 이달 초에는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원료 가격 하락 시에는 제때, 그리고 하락분만큼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식품업계 안팎에서는 밀가루 가격 인하가 라면, 과자 등 가공식품 가격 인하 도미노로 이어질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일단 후속 가격 인하는 무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밀가루 소비자 판매가격 인하는 B2B(기업 간 거래) 제품 가격에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B2B 밀가루 가격은 물량과 당시 선물 시세 등을 반영해 결정되기 때문에 거래가격 등락이 존재하기도 한다. 베이커리전문점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도 B2B 구매를 하기 때문에 이번 가격 인하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지는 않는다.

반면 지난해 하반기 라면과 과자 가격 인하라는 선례가 있기 때문에 정부 압박이 계속되면 추가 인하도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있다. 지난해 7월 농심 오뚜기 삼양라면 등 식품기업들은 정부와 간담회 등을 거친 뒤 주요 제품 가격 인하로 물가 안정에 동참했었다.

정부는 이제 설탕 가격 잡기에 나섰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날 제당업체의 가격 인상을 두고 조사에 들어갔다. 다만 설탕의 원재료인 원당 가격은 국제선물시장에서 여전히 높게 형성돼 있기 때문에 가격 인하가 여의치 않다는 의견이 적잖다.

일각에서는 정부 주도의 가격 인하가 경영을 위축시킨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 압박에 기업의 가격 정책이 달라지는 상황이 반복되면 중장기 전략 설정에 문제가 생긴다”며 “사실상 경영 환경을 위축시키는 일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