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 박지원(28·서울시청)과 황대헌(25·강원도청)이 세계선수권대회 1500m 결승 레이스에서 또 다시 충돌하며 두 선수 모두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6개월 새 3번째 충돌로, 결국 금메달은 중국 품으로 돌아갔다.
19일 스포츠계에 따르면 박지원과 황대헌은 18일(현지시각) 네덜란드 로테르담 아호이 아레나에서 열린 2024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1000m 결승에서 경기 도중 충돌했다.
레이스 후반 박지원이 인코스로 황대헌을 추월하려 시도하자, 두 선수 간 접촉이 발생했다. 이에 황대헌이 균형을 잃고 넘어지며 박지원도 같이 쓰려졌다. 이 충돌로 박지원은 페널티를 받았지만, 박지원은 결국 레이스를 완주하지 못하고 메달권에서 밀려났다.
황대헌이 박지원과 충돌한 건 이것으로 벌써 세 번째다. 이번 경기 전날인 17일 남자 1500m 결승에서도 황대헌이 박지원을 추월하다 박지원이 밀렸다. 황대헌은 이 경기에서 1위로 결승선을 통과했지만 페널티를 받았다.
지난해 10월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월드컵 1차 대회 남자 1000m 2차 레이스에서도 황대헌이 박지원을 밀어 옐로카드를 받고 실격했다. 6개월 새 황대헌과 박지원이 세 번이나 충돌해 황대헌이 페널티를 받은 것이다.
박지원은 올 시즌 남자 1000m 세계랭킹 1위다. 2년 연속 우승을 노렸지만, 충돌로 부상을 당하며 남자 5000m 계주 결승에도 출전하지 못했다.
박지원은 경기 후 “변수가 없던 경기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는데 또 변수가 나왔다”며 “어쩌면 이게 또 쇼트트랙이라고 생각하고 앞으로 이런 일이 안 생기게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황대헌은 인터뷰에 응하지 않고 취재 구역을 빠져나갔다.
다만 황대헌은 1500m 결승 경기를 마친 뒤에는 “최선을 다하다가 아쉬운 결과가 나왔다”며 “(박)지원 형한테도 바로 사과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레이스 중 충돌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았다.
우리나라 선수 간 충돌로 메달 획득이 번번이 무산되자 팬들 사이에서는 “무리한 경기 운영으로 ‘팀킬’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황대헌의 경우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금메달로 병역특례 조건을 달성했지만, 박지원은 아직 현재로서는 현역 입대해야 하는 처지다. 차기 시즌 국가대표 선발전 면제 조건이 걸려 있는 이번 세계 선수권대회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한편 두 선수의 충돌로 경기 금메달은 중국 품에 돌아갔다. 한국팀 간판 선수였지만 중국으로 귀화한 린샤오쥔이 500m, 2000m 혼성 계주, 5000m 계주에서 모두 활약하며 금메달을 따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