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문재인 정부 시절 시작한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인위적으로 공시가격을 조정하는 체계 대신 시장의 흐름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도록 제도를 개편한다는 계획이다. 내년 공시가격부터 새로운 기준을 적용한다는 목표로 올해 법 개정을 추진한다.
국토교통부는 19일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에서 열린 21번째 민생토론회에서 이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정부는 2035년까지 공동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90%까지 높이기로 했던 문재인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폐지하기로 했다.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으로 인해 공시가격이 실제 거래가격을 반영하지 못하는 등 국민 인식과 괴리가 생겼다는 판단이다. 특히 주택 가격 하락기에 시세가 하락했는데 공시가 현실화율이 높아져 세부담은 커진다는 지적을 반영했다.
집값 급등기에 현실화율이 높아져 보유세 부담이 과하게 늘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이 2021년 도입된 후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연평균 18% 상승했다. 이에 2020년 1조5000억원이던 주택분 종합부동산세는 2022년 3조3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재산세 또한 2020년 5조8000억원에서 2022년 6조7000억원으로 늘었다.
국토부는 당장 내년 공시부터 현실화 계획 폐지를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발주한 연구용역을 바탕으로 시세 반영률을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진현환 국토부 1차관은 “전체적으로 현실화율을 끌어올리는 계획은 폐지한다”며 “주택 유형 간, 지역 간, 가격대별로 시세 반영률이 지나치게 차이가 나는 부분에 대한 키 맞추기는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새로운 공시가격 현실화율 제도 적용을 위해서는 부동산공시법 개정이 필요하다. 정부는 공시가율 현실화 계획 수립을 의무로 규정한 부동산공시법 개정을 준비 중이다. 진 차관은 “11월 전에 개정안 통과가 된다면 내년 공시가격부터 적용이 가능하다”며 “법 개정이 안 되면 세 부담이 늘어나지 않도록 새로운 계획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부동산 공시가는 67개 제도에 활용되는 기준이다.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등 세금뿐만 아니라 기초생활보장제도, 국가장학금, 근로장려금 등의 복지제도에서 재산 수준을 평가하는 지표로 쓰인다.
세종=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