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MBC ‘PD수첩’ 유튜브 채널에는 ‘조력자살’(또는 조력죽음)을 다룬 ‘나의 죽음에 관하여’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19일 현재 이 영상은 113만 조회수를 기록하고, 3000개에 달하는 댓글이 달리는 등 큰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많은 추천을 받은 댓글은 조력자살에 대한 옹호 의견이 대다수였다. 이런 사회적 인식은 서울대병원 윤영호 교수 연구팀이 2021년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안락사 혹은 의사 조력 자살을 조사한 결과에서 76.3%로 찬성 의견이 압도적인 것에서도 드러난 바 있다.
이미 조력자살이 합법화되거나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는 유럽에서는 기독교 단체 등이 조력자살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특히 최근 영국에서는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가 조력자살 합법화와 관련한 개정 추진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히자, 기독교단체 크리스천인스티튜트 등이 속한 조력자살 반대 연합체인 ‘케어낫킬링(Care Not Killing)’은 “취약한 말기 환자들, 장애가 있는 이들의 생명이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크게 우려했다.
고든 맥도날드 케어낫킬링 대표는 “영국에서 조력자살과 안락사를 합법화하기 위해 법을 개정한다면 의사와 간호사들이 환자를 돌보는 방식에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며 조력자살을 합법화할 경우 자살률이 증가할 것이며, 자살이 정상적인 형태처럼 인식될 수 있다고 걱정했다. 그는 “실제로 미국의 오리건주에서 조력자살이 합법화된 이후 자살자 수가 6.3% 증가했다고 학자들이 결론을 내렸다”며 “65세 이상의 경우 그 수치는 두 배 이상이었다”고 설명했다.
영국은 연명의료 중단만 가능하고 조력자살은 허용되지 않는다. 이를 어기면 최대 징역 14년이 선고된다. 2015년까지 네 차례나 조력자살 법안이 올라갔지만 의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그러나 조력자살에 대한 영국 국민의 인식은 긍정적으로 변화되는 추세다. 실제로 조력죽음연합(Assisted Dying Coalition)에서 18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영국에서 2022년 11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286명이 안락사를 돕는 스위스 단체 디그니타스를 방문해 생을 마감했다.
영국의 조력죽음 허용 캠페인 단체 ‘디그니티 인 다잉(Dignity in Dying)’이 지난 2월 여론조사기관 오피니엄에 의뢰해 영국 국민 1만명 이상을 대상으로 벌인 여론조사에 따르면 75%가 조력 자살 합법화를 지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조력 자살에 반대한다고 답한 이들은 14%에 불과했으며, 52%는 불치병에 걸리면 조력 자살을 위해 스위스로 가는 것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유럽 각국에서는 조력자살을 허용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프랑스는 2016년 의사가 말기 환자에게 수면 상태에서 생을 마감할 수 있도록 강력한 안정제를 투여하는 법안을 마련했으며, 정부는 지난 10일(현지시간) 조력 죽음의 법제화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벨기에와 네덜란드는 적극적 안락사 등을 합법화했다. 특히 부모 동의가 전제되면 아동에 대해서도 안락사마저 허용하고 있다.
최하은 인턴기자 jong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