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밥·목욕·설거지…하원도우미 모집에 “노비 구하냐”

입력 2024-03-19 04:55 수정 2024-03-19 10:09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뉴시스

시급 1만3000원에 아이 목욕과 식사, 설거지까지 요구한 ‘하원 도우미’ 모집 글이 온라인상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19일 네티즌들의 이목을 모은 건 지난 17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맘카페 하원 도우미 공고’라는 제목의 글이다. 보수에 비해 다소 과도한 요구사항이 담긴 공고 내용을 두고 일각에서 쓴소리가 나왔다.

해당 공고를 낸 아이 엄마 A씨는 “아이를 사랑으로 보살펴주실 하원 도우미분과 인연을 맺고 싶다”면서 “아이는 2022년생 남아이며, 아이 없이 3월 중 면접을 보고, 4월 중 실무면접 겸 아이와 익숙해지는 시간 5회를 갖겠다”고 말했다.

이어 “3월 면접엔 비용을 지급하지 않지만 4월 면접엔 시급 1만2000원을 지불하겠다. 면접을 통과하면 5월부터 근무는 주 3~4회로 확장되며 시급은 1만3000원”이라면서 “저는 재택근무 중으로 집에 있다”고 덧붙였다.

A씨가 제시한 도우미 근무시간은 오후 3시50분부터 5시50분까지 2시간이다. 이 시간에 도우미는 아이 어린이집 하원과 하원 후 목욕, 아이 식사 준비, 밥 먹이기, 애벌 설거지, 실내 놀이 1가지 등을 해야 한다.

시급 1만3000원에 아이 하원, 목욕, 식사, 설거지 등을 요구한 하원 도우미 모집 글.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A씨는 “어린이집에는 3시50분까지 도착해야 하고 지각하면 안 된다. 하원 시 어린이집에서 저에게 알람이 온다”며 “(식사 시) 아이는 혼자 잘 먹지 못해 도와주셔야 하고 보통 40분 정도 먹는다. 놀이하며 먹기도 하고 먹는 게 먼저 된다면 먹인 후 놀아주시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신원 확인 등을 위해 면접 시 보여주실 준비서류가 있다”며 “더불어 면접 시 이전 가정 아기 엄마와 추천 여부 내용의 통화를 위해 연락처 부탁드린다”고 했다.

또 “(집안에는) CCTV가 있으며 한국인을 구한다”면서 “업무 외 시간 유연하신 분 선호한다. 긴급하게 아이가 아파서 어린이집 가기 어려운 날 돌봐주실 수 있는 시간 여유 있는 분이면 한다”고 덧붙였다.

해당 공고를 본 대다수 네티즌은 냉담한 반응을 보냈다. “하원만 시켜야 하원 도우미지, 저건 시녀나 노비 구하는 거 아닌가” “돈 몇 푼에 갑질한다” “10만원을 줘도 안 한다” “돈이 필요한 중장년 여성을 노리는 것 같아 괘씸하다” 등 비판이 쇄도했다.

한 네티즌은 “2시간 동안 하원시키고 저녁 만들고 먹이고 애벌 설거지까지 해놓으라고 하고, 재택 중이라 내내 감시하면서 시급이 1만3000원이라니 말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이는 “2시간 2만6000원 주면서 무슨 10분 단위로 일을 설정하냐. 사람이 로봇이냐”고 비판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