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의 조직교회인 서울 새문안교회(이상학 목사)가 1907~1967년 사이 60년간의 당회록을 현대어로 풀이한 책 ‘새문안 당회록 현대어 풀이본’(사진)을 발간했다고 18일 밝혔다. 당회록은 장로들이 함께 교회의 주요 사안을 결정하는 회의를 기록한 것으로 당시 교회의 상황은 물론 역사와 생활, 한국어 변천사까지 알 수 있다.
새문안교회는 지금까지 모든 당회록을 보관하고 있으나 파손 위험이 있어 공개하지 않았다. 또 1972년까지 당회록은 한글 옛말체 및 국한혼용체가 수기로 쓰여 있어 일반인이 해독하기에 어려움이 컸다. 이에 교회 역사관에서 봉사하던 한문 교육자 박장미 권사가 이를 현대어로 번역하기 시작해 8년 만에 총 10권의 책으로 탄생했다.
당회록에서는 당시 일반 사회보다 교회에서 선제적으로 이뤄진 민주주의 역사가 눈에 띈다. 박 권사는 “교회가 대한민국 제헌국회(1948년)보다 앞선 1898년부터 집사 선거를 했는데 당회록에는 1910년에 진행된 집사 선거 사례가 남아 있어 이를 뒷받침한다”며 “담임목사 위임과 같은 주요 사안도 투표를 거쳐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광복 전 당회록에는 새문안교회 교인들의 이명(이사나 직장 등으로 교회를 옮기는 일) 기록도 서술돼 관공서가 아닌 종교기관에서도 행정체계가 잘 이뤄진 것이 특징이다. 특히 북한에서 이명 온 교인의 이전 교회 이름과 담임목사 이름 등이 상세히 나와 있어 통일 후 북한의 종교시설 복원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상학 목사는 “대한제국을 거쳐 일제 강점기와 광복 한국전쟁 등을 거친 기독교 역사의 한 축이 고스란히 담긴 이 기록물이 지금까지 온전히 보존된 것은 하나님의 특별한 선물”이라며 “이 책이 한국 교회사 연구자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열람해 당시 역사를 알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교회는 다음 달 7일 현대어 풀이본 발간 감사예식을 드릴 예정이다.
박용미 기자 m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