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2000여곳의 주주총회가 열리는 ‘주총 슈퍼위크’가 개막했다.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정책에 발맞춰 상장사들이 주주환원을 얼마나 확대할지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저PBR(주가순자산비율) 주 중에서도 그동안 대형주에 가려져 있던 중소형 가치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18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번 주(18~22일) 371개 기업, 다음 주(25~29일)에는 1684개 기업이 정기 주총을 개최한다. 상장사들의 주총 일정이 확정되면서 어떤 기업이 주주환원 확대 움직임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최근 행동주의펀드 활동이 는 것도 관심을 높이는 요인이다. 일반 주주가 주총에 직접 의안을 제시하는 주주제안 안건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한국상장사협의회에 따르면 지난해 주주제안 안건 상장 기업 수는 47개로 전년 대비 62.1% 증가했다. 안건별로는 임원선임 및 해임이 54.9%였고 주주환원(22.9%)이 그다음으로 많았다. 이어 정관변경(16.6%), 임원 보수(4.0%), 기타(1.7%) 순이었다.
특히 주주환원 관련 안건이 눈에 띄게 늘었다. 주주환원 관련 안건은 지난해 40건으로, 2022년 15건, 2021년 12건 등을 훌쩍 넘어섰다. 40건 중 주주배당 관련 안건은 28건, 자기주식 관련 안건은 12건이었다. 자기주식 관련 제안은 2019~2022년 사이 단 4건이었던 것과 대비된다. 기업들이 자기주식을 취득 후 소각하면 전체 주식 수가 줄어 주당 가치가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주주제안 안건 가결률은 2020년 10.0% 이후 3년 연속 상승세다. 올해도 주주환원 확대를 강조하는 밸류업 정책 분위기를 고려하면 주주환원 안건이 비중 있게 다뤄질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주주들의 의견 개진과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는 분위기 속에 기업들도 자발적인 기업가치 제고 노력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주총에서 주주제안 안건의 가결률은 아직 20% 수준에 그치고 있다. 올해 삼성물산과 다올투자증권을 상대로 제안한 행동주의펀드의 주주제안은 모두 주총에서 부결했다. 이성훈 키움증권 연구원은 “주주제안 안건이 실제로 가결되지 않더라도 주주 의견 개진과 기업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기업들의 자발적인 기업가치 제고를 이끈다는 점에 있어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이번 주총 시즌엔 이미 많이 오른 대형주보다 중소형 가치주의 진입 매력도를 볼 필요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정부 정책 방향에 따라 활발히 움직인 대기업과 달리 중소형 기업은 아직 주주환원 움직임을 뚜렷이 드러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연구원은 “주총 시즌에 진입한 만큼 중소형사들의 주주환원 확대 움직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1년 전 일본 사례에서도 초기에는 대형 가치주 중심의 상승세가 두드러졌지만 주총이 몰린 6월 중순 이후 소형 가치주의 반등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김준희 기자 zunii@kmib.co.kr